•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1일 "과거 50년간 피흘려 쟁취한 지난 10년간의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DJ는 이날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을 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해지는 만큼, 이 대통령의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8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쓴소리를 한 데 이어 다시 한번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옳은 줄 알면서도 무섭고 손해보고 시끄러워지니까 도피하는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가지 수난을 받는다.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 나쁜 정당 말고 바른 정당을 찍어야 한다"며 "4천700만 국민이 양심을 갖고 충고, 비판, 격려한다면 이 땅의 독재가 다시 일어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노 전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거론, "여간한 인연이 아니다. 전생에 무슨 형제간 같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 뒤 "조문객 500만명 중 10분의 1만이라도 생전에 고초를 겪을 때 목소리를 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북 문제와 관련, "북한 입장에서는 많은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는 게 참기 어려운 모욕일 수 있고, 속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극단적 핵개발은 절대 지지할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자 회담에 하루빨리 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현 정부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한 `6.15, 10.4 선언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선언할 것을 강력히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 야당 의원 40여명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각계 인사 1천100여명이 참석했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화한을 보냈다.

    한편 4.29 재보선 과정에서 정면충돌했던 정 대표와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헤드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특별한 대화 없이 짧은 악수만 나누는 등 `어색한 조우'를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