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1일 "개성공단은 (북한이 외부와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개성공단은 남북이 협력해 서로 실질적 이익을 도모하는 대표적인 윈·윈(win·win) 사업"이라고 했다. 현 장관을 포함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초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자들을 추방한 이후 여러 차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자유로운 통행·통신·통관을 가로막았고 지난 3월 30일 현대아산직원 유모씨를 억류한 뒤 54일째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정치적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상품 주문을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일감이 없어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50달러가량을 지급해가며 유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한 지 4년 만인 2008년 말 누적 생산액 5억달러를 넘어섰던 개성공단이 시들어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 남측 기업의 경영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4월 말엔 개성공단 내 도로시설물 파손에 대한 벌금 규정 등을 담은 '도로관리 세칙 초안'을 남측에 통보했다. 이런 일들을 보면 북한도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하면 머지않아 개성공단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것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보낸 통지문에서 "기존 토지 임대료와 사용료, 임금, 각종 세금 관련 특혜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자신들 몫의 수익이 적다고 느껴 지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대화로 풀어볼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에 '특혜'를 줘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최근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입주기업 101곳를 조사했더니 개성공단 근로자 월 최저임금은 55.1달러이지만 사회보험료 식대 간식 버스비 작업복 물품비 등 각종 혜택을 합치면 월 110~112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68~88달러, 중국 랴오닝(遼寧)성 100.7달러, 안후이(安徽)성 79.5달러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 분위기 조성과 세금 혜택은 물론이고 도로를 새로 내고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항만을 짓고 통신설비를 갖추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성공단에선 이런 일들을 남측 당국과 기업들이 도맡아왔다.

    북한이 남측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할 형편이 아니다. 더욱이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부분은 채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 임금·토지 등과 관련한 남북 협의는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야 한다. 경제적 매력이 없으면 어느 기업도 개성공단에 투자하지 않는다.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돼 본격적인 이윤을 내기 시작하면 그 혜택은 자연스레 북측 근로자에게도 돌아간다. 그러나 손해를 보고 있는 기업에 임금을 올리고 토지 이용료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공장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

    남과 북은 이른 시일 안에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자유로운 통행·통신·통관, 이른바 '3통(通)과 신변안전' 보장이다. 북한이 억류 중인 유씨 문제도 이 틀에서 다뤄야 한다.

    북한은 최근 입주업체 관계자들에게 "남한 정부에 6·15 정신을 지키라고 항의하라"고 종용하는 등 개성공단 문제를 남남(南南) 갈등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개성공단의 미래만 더 어두워질 뿐이다. 북한이 3통과 신변안전 보장을 하지 않으면서, 입주업체들의 어려운 형편을 나 몰라라 하며 터무니없는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고, 개성공단을 정치 이슈와 계속 연계하려 한다면 정부는 개성공단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최악에 대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5월23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