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이 농협에서 박 전 회장한테 넘어간 휴켐스를 특수관계자 내지 관계회사로 분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중나모여행은 자사 주식을 팔아 300억원대 자금을 마련했던 2007년 대선 직전에 휴켐스 주식도 매각한 것으로 파악돼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이 두 회사를 통해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10일 세중나모여행과 휴켐스의 2006∼200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천 회장은 2006년 8월25일 휴켐스 임시주주총회에서 휴켐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세중나모여행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2007년 3분기 감사보고서에서 단기매매 차익을 위해 1년 안에 팔 목적으로 휴켐스 주식 1만470주(그해 9월30일 기준 시가총액 2억4499만8000원)를 갖고 있다고 명시했다.
    대선 종료 이후인 12월31일까지 재무제표 등을 담은 2007년 연간 감사보고서에서는 휴켐스를 임원 겸임을 사유로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연결감사보고서에서는 단기매매 차익을 위해 보유한 휴켐스 주식이 6500주(그해 12월31일 기준 시총 1억2317만5000원)로 줄었다고 밝혔다.
    천 회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지 1년여만에 세종나모여행이 보유 주식을 절반 이상을 처분한 이후에야 휴켐스를 특수관계자로 분류한 것이다.
    당시 세중나모여행의 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의 관계자는 "천 회장이 휴켐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때 특수관계자로 분류할 수 있었으나 당시에는 휴켐스 주식에 이슈가 없었고 금액이 크지 않아 특수관계자 분류가 늦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1분기 감사보고서에서는 단기매매 차익을 위해 보유중인 단기매매증권란에 휴켐스 주식이 적혀 있지 않았다.
    또, 작년 말까지 재무제표를 다룬 2008년 연간보고서를 통해 휴켐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했다가 지난달 말 제출한 2008년 연간 연결감사보고서에서는 관계회사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세중나모여행을 감사했던 대주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의 방식대로 휴켐스를 특수관계자로 분류했으나 이번에는 관계회사에서 제외했다. 지분이 최소 5%, 통상 20% 이상으로 많거나, 업무 연관성이 커야 하는데 사외이사 재직만을 근거로 관계회사로 규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세중나모여행과 휴켐스는 소액이지만 채권·채무 관계로도 얽혀 있다.
    세중나모여행은 2006년 말 현재 휴켐스에 채무 3599만원, 채권 2560만원, 2007년 말 현재는 채무 2488만3천원이 있다고 감사보고서에서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