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를 묻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한 측근은 6일자 조간 신문 부터 펼쳤다.

    그가 보여 준 것은 5일 미국 출국 전 인천공항 귀빈실에 배웅을 나온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자마자 대뜸 항의하는 말투로 "잘못된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요"라고 따진 박 전 대표 관련 기사였다. 박 전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은 이 대통령과 자신이 2월 청와대 안가에서 비공개로 단독 회동을 했다는 언론 보도다. 박 전 대표는 당시 맹 수석에게 "지난 1월에 청와대에서 초청해 주셔서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뵀다. 그런데 잘못된 얘기가 나와서 제가 이해하기 힘들다. 날짜와 내용이 다 달랐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본 주변 사람들은 "분위기가 까칠했다"고 전했다. 

    박희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감을 얻은 뒤 꺼낸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는 하루만에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출국 전 청와대에 불만을 쏟고 간 박 전 대표가 출국 하루만에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가 굉장히 불쾌해 하고 화가 나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출국 전에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측근들은 이를 'NO'로 해석했다.

    박 대표가 꺼낸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사실상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 보낸 '화합' 메시지였다. 박 전 대표로선 대놓고 거부하기도, 받아들이기도 부담스럽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 측근은 "어떻게 선출직인 원내대표를 '포용' 카드라고 말 할 수 있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가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이 대통령과 자신이 2월 청와대 안가에서 비공개로 만났다는 언론보도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한 측근은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청와대 안가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비공개로 만나자 해놓고 그것을 언론에 흘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너만 알고 있어'라고 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다 얘기하면 기분 안 나쁘겠느냐"며 "박 전 대표가 많이 불쾌해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친박 진영이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탐탁치 않아 한다는 점도 박 전 대표 결정에 한 몫을 했다고 한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4.29 재보선 전에도 당내에서 거론됐었고 친박 진영은 이때 이미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측근 의원은 "진지하게 논의된 적 없는 문제"라고 했고 다른 측근은 "받아선 안되는 카드다. 원내대표를 하면 만신창이만 돼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지금껏 친이 진영에서 제안도 없이 '박근혜 총리설', '박근혜 특사설', '김무성 허태열 행정안전부 장관설' 등을 흘렸왔다는 불만도 커 이번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역시 이런 맥락에서 봤던 게 사실. 한 측근 의원은 "언론플레이 같은 장난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며 불만을 쏟았다. 박 대표가 양 진영 화합을 위한 카드로 야심차게 꺼낸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결과적으로 양측의 갈등을 더 키우는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