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29일 성명을 발표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의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있는 분으로서 '모양새'를 잃었다"고 혹평했다.

    전 의원은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평소 김 의장을 '외유내강형' 정치인으로 생각했고, 많은 기대도 했지만 어제 기자회견은 나를 너무도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은 대부분 '경제 살리기'에 매우 중요한 법안이고, 경제 척추를 튼튼히 하는 법안"이라며 "시장을 무시하고 자유로운 선택을 억압해 디스크에 걸린 이 나라 경제를 건강케 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어 김 의장이 국회가 아닌 부산에서 회견을 연 것을 비판했다. 전 의원은 "김 의장이 입법의 치열한 전선을 버리고 후방에 피신했다고 생각한다"며 "의장은 어떤 어렵고 험한 경우라도, 설사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김 의장은 '의장에게 넘어온 공을 다시 여야 원내대표에게 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열린우리당때 받은 노란색 츄리닝(트레이닝) 차림 의원들이 삼삼오오 장날 장터바닥에 모여앉듯이 '수분 보충'을 위해 무를 썰어깎아먹는 자리가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이 됐다"고 개탄했다. 전 의원은 "이를 신성한 민의의 전당으로 되돌릴 책임은 바로 의장에게 있는데 '양비론'으로 무장한 채 '양쪽에 퇴로를 열어줬는데 왜 몰라주느냐"고 한탄하고 원망한다면 이 엄중한 시대의 국회의장이 맞느냐"고 따져물었다.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전기톱 사건'도 거론했다. "해머를 휘두른 문학진 의원, 의원명패를 내던진 이정희 의원, 땅에 떨어진 명패를 발로 짓밟은 최영희 의원 못잖게 세계 만방에 '시위만 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국가홍보한 수많은 폭력 시위를 그대로 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 의원은 "신문방송법 개정안도 그렇다"며 "온갖 것이 변화하고 경쟁을 하는데 왜 방송은 변화와 경쟁과 담을 쌓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전 의원은 "국민이 한나라당에 172석을 줬고, 민주당에는 개헌저지선에도 못미치는 의석을 줬다"며 "그 이유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전 의원은 김 의장을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전 의원은 "김 의장은 국민의 뜻에 따라 결단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은 돌맞기를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전 의원은 "국민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 나라 정치인은 모두 죽어야 한다"며 "김 의장이야말로 가장 먼저 죽어야할 '책임자'이며 '리더'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성명발표는 친정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적잖은 불만을 가져다줬다.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안타까운 마음"(박희태 대표),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 많다. 너무 나이브(순진)하게 보는 것"(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의장 판단이 너무 안이하다"(조윤선 대변인)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으며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쟁점법안 연내처리를 거부하고 민생법안의 31일 본회의 처리,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29일 자정까지 풀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