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부동산세,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굵직한 이슈의 등장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들 못지 않게 여의도를 뒤흔들 법안이 등장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 지난 6일 여야 의원 62명(친박연대와 무소속)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했는데 법안 제출 직후 부터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의 지원을 받아 18일 국회 계단에서 국정원법 개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고 민주당 공안탄압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 참석할 계획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인데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이 법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았다. 검사 출신인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법 개정안이 제출된 데 대해 "이 법안이 당론으로 추진됐다가는 우리 당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은 94년에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역할과 권한을 법으로 정해놨고 그 정해진 역할에만 충실하게 한다면 국정원 본연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런 부분을 당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정말 당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이런 당 안팎의 비판에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이 의원은 15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안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이지, 알고 나면 반대를 안할 것"이라고 자신감늘 나타냈다. "내용을 뜯어보면 반대할 게 없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 법안을 "일부러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론을 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한나라당도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일단 법안을 내놓고 관심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알리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법안을 제출해 여론 관심을 끌고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법안제출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해 비판여론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의원의 복안이다.

    "당 지휘라인엔 이미 설명 다 했다"

    국정원법 개정안 중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은 '정책 정보'다. 현행 국정원법은 정보 수집·작성·배포 활동의 범위를 '국외정보와 국내 보안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국내 보안정보'도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부분을 손질했다. 개정안은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정책정보), '국가 또는 국민에 대한 중대한 재난과 위기를 예방·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산업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정보'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새롭게 추가된 '산업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정보'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국가안보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 부분, 이른 바 '정책정보' 대목은 논란 여지가 크다. 반대하는 쪽에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과 부당한 정치사찰,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 등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각국 정보기관들은 점차 확장되고 있는 국가안보 환경에서 요구되는 정보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에서 명백하게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을 두지 않고 정보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현실에 맞게 전방위적인 정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반대할 게 없다"고도 했다. '정치사찰' '정치탄압' 우려에 대해서도 "세월도 변했지만 제도적으로도 절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걸 잘 몰라서 그렇지 오히려 국정원 활동이 위축돼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도 했다.

    "내용 알고 나면 반대 않을 것"

    자당의 권 의원은 이 법안이 "당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정말 당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라고 비판했지만 이 의원은 "당 지휘라인에는 사전에 설명을 다 드렸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에 보고도 없이) 불쑥 법안을 낸 것은 아니다"면서 "당 지휘부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론으로 채택을 안했을 뿐이지 법안을 내면서 설명은 다 드렸고 다만 아직까지 (당 지도부로부터) OK 소리까지 안 나왔지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계획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 의원은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지만 아직 공감대가 형성이 안됐기 때문에…"라며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서도 "그 분들이야 그렇게 하겠지만…"이라며 "그러나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알고난 다음에 투쟁하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알고 나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설득하겠다"고 거듭 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