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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고를 넘어섰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위기와 일본 독도 도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 굵직굵직한 대외 현안을 돌파할 동력이 필요한 정부로서는 20%대 유지가 힘들 정도인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막막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맞고 있는 리더십의 위기 원인으로 '지지기반의 붕괴'를 꼽는 시각이 많다.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과거 지도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역연고도 낮으며 이념적 성향도 분명치 않다. 재임 시 한자리 수 지지율에 허덕였지만 봉하마을에 머물면서도 여전히 사회각계에 '노빠'를 거느리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스킨십도 부족하다.
윤여준 "보수이탈과 경제위기, 지지기반 붕괴로 이어져"
지역기반, 이념적 충성도 낮아…노사모같은 절대 지지층도 부족
윤여준 전 의원은 지난 16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는 지지기반의 경시로부터 비롯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원인으로 '전통적 보수세력의 무조건적 지지'와 '경제적 기대심리'를 꼽았다. 윤 전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원활한 국정수행의 바탕이 되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대, 안정시키는데 역점을 뒀어야했다"면서 "그러나 인수위로 시작된 이른바 '실용노선'은 보수세력으로 하여금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지지세력으로부터 이탈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경제사정마저 국민 기대에 어긋나게 되자 이해관계에 따른 지지세력이 대거 이탈했으며, 마침내 지지기반 붕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줬던 보수진영이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정체성 혼란'과 '인사독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누구보다도 진보적"이라거나 "나는 보수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지지층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실용주의'는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믿음을 주기 어려웠다. 청와대 인선에 있어 보수진영의 반발은 거셌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묵살하다시피 했다. 보수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던 진보단체 출신이나 정서상 맞지 않는 인선을 강행하면서 보수층의 불만은 쌓여갔다. 한 보수단체 간부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무슨 자리를 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보수진영의 의견을 물어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묻기는 커녕 사후 지적에도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본대사관앞 독도 항의시위하면서도 '이명박 퇴진' 외쳐"
보수진영 박탈감만 증대, "진보세력은 맘대로 설치는데…"
한 여권관계자는 "정권 창출 이후 넓어진 외연을 더욱 공고히 하고 보수진영의 단결부터 모색했어야했지만 내부 권력다툼부터 먼저 일어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평한 인사로 각계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누구 라인'이라는 내부 다툼이 극심해지면서 '나눠먹기식'이라는 비난을 면치못하게 됐고, 결국 이 대통령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임금협상 파업을 벌이며 민주노총이 '쇠고기 재협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독도문제로 일본대사관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구호가 '이명박 퇴진'인 실정"이라며 "'반정부세력'이 맘편히 움직이는 현실에서 오히려 움츠려든 보수진영은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층이 불만을 갖게끔 정부가 조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절대적 지지를 보여야할 팬클럽의 움직임도 둔하다. 이 대통령의 팬클럽 MB연대는 지난 6월 대선 이후 첫 전국모임을 가졌다. 세시간 넘는 난상토론이 벌어진 이 자리에서는 이 대통령과 친이진영의 '홀대'가 도마에 올랐다고 한다. 당시 참석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소외감을 토로하는 회원들에게 "나도 이 대통령을 당선 이후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이해를 구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이 노사모 간부에게 청와대 일을 맡기고, 회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한 것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로 무심한 지경이다. 한 팬클럽 간부는 "이 대통령이 약간의 성의있는 제스처만 보여줘도 팬클럽 회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칠텐데"라며 섭섭함을 표했다.
청 "신뢰회복책 마련에 모든 라인 나서…초심으로"
국내외 현안 타개 위해 '국민신뢰' 절실, 국정장악력 제고에 총력
청와대는 약화된 지지기반을 복구하고 국정 운영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 총력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신뢰 회복책 마련에 청와대 모든 라인이 나서고 있다"며 "금강산 사건, 독도문제 등을 해결해나가면서 큰 틀의 국정운영 방향을 다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맞물려 모든 정부 정책에 까지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국민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의 낮은 국정 지지도로는 겹치고 겹친 악재를 풀어나가기 힘들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지지기반을 회복하고 국민신뢰를 얻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