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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몇 명 경질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청와대 한 참모는 '쇠고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민심수습책 발표를 앞둔 고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미 촛불시위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는 지나간 구호다. 야당과 전교조, 그리고 일부 기업노조까지 가세한 시위대는 쇠고기 재협상, 내각총사퇴 요구에 이어 대운하와 교육 및 공공부문 개혁 반대 등으로 전선을 넓히며 '이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현재 알려진 수준의 민심수습책은 이들의 주장을 누그러뜨리기에 부족해보인다.
먼저 인적쇄신에는 쇠고기 논란에서 한계를 드러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국가예산 모교기부 사건으로 민심을 더욱 악화시킨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3∼4명의 내각 교체가 예상된다. 여기에 김중수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정도 인적쇄신으로 거리에 나온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도, 이 대통령도 이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고민은 깊어진다. 이 대통령은 단기적인 돌파구 마련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2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긴급회동에서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계 원로를 두루 만나 여론을 들은 뒤 민심수습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여론'은 쇠고기 논란에 대한 여론이 아니라 민심수습책 수위와 관련한 여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의견 수렴이나 원로급과의 대화는 이 대통령이 예상을 넘는 대폭적인 국정쇄신안을 내놓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류 실장은 새 정부 출범 이전 내각과 청와대 수석 등 고위직 인선작업을 주도했으며, 대통령실장으로서 청와대 참모진을 진두지휘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류 실장은 2일 "개인적으로 언제라도 모든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의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총리는 스타일상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내각의 경우에도 일괄 사퇴 후 '재신임'을 받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야당에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장관 한 둘 경질이 논란을 확실히 잠재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중폭수준의 개각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쇠고기 논란을 겪으며 '대통령 뒤에 숨어 있던' 장관들의 모습은 청와대의 불신을 키워왔다.
이 대통령이 발표할 쇄신안에는 인적쇄신과 함께 정무 홍보 기능 강화, 수입 쇠고기의 실질적인 안전 확보,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민생 대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중단키로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면서 "일단 당면 과제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부터 해결된 다음에 이를 추진할 지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쇄신안에 대운하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안다"면서 "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민생안정에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