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 내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급부상하고 있다. 예상치못한 영남권의 견제심리에 막혀 절대 안정 의석 획득에 실패하면서 탈당파들의 복당 문제에 당 전체가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또 민생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5월 임시국회와 6월 제 18대 국회개원 준비를 위해서도 지도부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탈당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당선 직후 "조건없는 복당"을 주장했지만, 한편에서는 친박연대와 무소속이 협력해 원내교섭단체를 꾸려야한다는 주장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배경이 된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총선을 치른 탈당 친박계가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이들 각자의 이해관계도 쉽사리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의 개혁 정책 추진이 당내 권력투쟁으로 인해 발목이 잡힐 경우 어렵사리 '여대야소'를 만들어준 여론이 다시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친이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 피아 구분을 떠나 빠른 화합 수순에 들어가야한다. 정권교체를 이뤄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복당 허용 문제를 포함한 모든 갈등 요소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은 "7월로 예정돼있는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해 새 지도부를 꾸려야한다"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는 새 지도부가 검토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 위원장은 "자꾸 복당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의 기본을 흔드는 얘기가 된다"면서 "복당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 것인지, 당헌·당규를 엄격히 적용할 것인지 서둘러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낙선한 수십명의 후보자가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탈당하고 나가서 당선된 사람들을 두고 논란이 자꾸 벌어져서야 되겠나"고 지적했다.

    부산에서 5선에 성공한 김형오 의원은 "현재의 다당제는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소수 정당들이) 표결에서 이념이나 명분이 아닌 실리를 챙기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발전을 위해 양당제로의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당선 확정 직후 부산의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온 김 의원의 지적은 다분히 한나라당 주류가 확실한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의원은 "공천 심사과정을 보면서 당이 몇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돼선 안되겠다고 느꼈다"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빨리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의 낙선으로 친이계나 소장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점도 조기 전당대회를 부추긴다. 친이 성향의 한 소장파 의원은 "그동안 이재오 의원이 그러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새 지도부 구성이 늦어질 경우 대행 체제와 같은 임시기구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러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강재섭 대표가 이번 총선을 이끌며 과반수 의석 이상을 받았으니 책임을 질 요소도 없고, 조기 전당대회를 지금 열어야 할 특별한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8대 국회를 구성한 다음에 지도체제를 다시 쇄신한다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의 조기 사퇴 가능성은 일단 낮아보인다. 이날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강 대표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불협화음을 앞으로 잘 정돈하고 단합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청와대와 행정부, 당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절해서 협조관계를 잘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측 관계자도 "6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새롭게 당선된 의원이 아닌 이전 당협위원장 중심이 된다는 점도 문제가 되지않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