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7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민심은 무섭게 떠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좌파세력을 먹고살게 해주는 숙주가 보수·우파세력의 썩고 썩은 시궁창이구나. 보수·우파의 권력가들이 이 정도로 썩고, 무원칙하고, 나눠먹기만 가능하면 모든 가치를 포기하며 기회주의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좌파세력이 존재할 수 있구나. 대선 후 ‘이명박 집권 3개월’ 은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은 이명박 집권에 대한 환호와 기대를 즐길 새도 없이 큰 회의에 빠져있다. 보수·우파세력 중 가장 썩고 기회주의적인 1%가 이명박 정부의 간판 스타들로 나서고 있고, 이런 기회주의자들의 승리 법칙이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별로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절망하면서. 보수·우파 세력의 부도덕함이 저렇게까지 저질인 것을 자칭 보수·우파세력도 이명박 집권 전까지는 몰랐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탄생할 만한 토양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구나. 지금 이명박을 찍은 민심은 화가 나고 있다.

    이명박 사람들이 4·9 총선까지 남은 22일 동안 이런 민심의 요동에 가히 혁명적인 국면전환책을 내놓지 않으면 의석 과반수 확보는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아니 통합민주당의 극적인 재기와 자유선진당의 예상밖 선전으로 ‘신(新)여소야대 정국’이 폭발적으로 나타날수도.

    첫째, 보수·우파의 본류(本流)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전통적 지지세력을 배신하고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왜 보수·우파가 과거 10년 동안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는가? 나라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뒤흔들어놓았기 때문 아닌가? 무엇보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의 난정(亂政) 때문 아닌가? 대통령실장 류우익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고 할 때 실언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진담이었다. 바로 노무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해온 인사들을 국가정보원, 외교통상부, 국방부, 통일부의 수장에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앉혔다. 지지세력과의 협약 파기 아닌가? 그래도 총선에서 또 한나라당을 찍어준다고?

    둘째, 참을 수 없는 경박함이다. 친미면 어떻고 친중이면 어떠냐고? 동맹도 이문이 남지않으면 버린다고? 기초적인 상식인데, 동맹은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할 때 성립하는 논리 아닌가? 중국과의 장사에서 이문이 많이 남는다고 중국이 한국의 동맹이 될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중국은 우릴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미국이 개입하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반미 좀 하면 어떠냐”는 노무현식 화법을 뒤집어 복사하고 있다. 대통령 이명박에게 이런 발언을 가능케한 외교·안보 라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막지 못했다면 벌써 언로의 동맥경화증이다.

    셋째, 한나라당 공천은 결국 이명박당(黨) 창당으로 끝나고 있다. 친이계 뺀 자리에 친이계 박고, 친박계 쳐서 친이계 심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 사람들도 충성심만 크면 버젓이 내정하고. 원칙·기준을 모두 상실했다. 대통령 형은 나이 70을 넘어도 일찍부터 공천받고. 완전히 사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좋다. 원래 승자독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다음 국회는 이번 국회보다 더 저질이 될 것임은 뻔하다. 열린우리당보다 더 저질의 집권당이 탄생할 것이다. 왜? 단 한 명의 외부인사 영입없이, 오직 줄서기의 명수들로만 채웠으니까. 권력자의 사당이 역사적으로 성공한 예가 결코 없다.

    넷째, 아마추어를 프로라고 착각하는 것도 노무현 정권과 똑같다. 불쑥불쑥 내놓기만 하지 종합대책이 없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의 연장이다. 한술 더 떠 박정희 시절의 권위주의도 닮고 있다. 노무현 사람들은 모조리 떠나라. 물러날 수밖에 없도록 방책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권도 그렇게 대책없이 우파척결은 하지 않았다. 이를 빌미삼아 좌파·진보세력이 급격히 뭉치고 있고,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민심이 떠나버리면 정권은 썰물 때 갯벌에 갇힌 어선 신세가 된다. ‘노경박(盧輕薄) 정권’이라는 신조어가 또 나왔다. 벌써 이 지경이다. 이명박 사람들은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참으로 보통 사태가 아니다. 민심이 무섭게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