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대통령 취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권에 많은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은 우파에서 좌파로, 2007년 대선은 10년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파란과 곡절로 얼룩진 우리의 헌정사도 성숙한 단계로 진입,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건국 60주년이면서 헌법 제정 60주년도 함께 맞는 해이다. 이제 국가목표라 할 수 있는 선진화를 향한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해 대의제도의 핵심인 의회제도나 정당제도에 대한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과 행정구역개편, 국회의원선거구제 변경 등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일단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측면에선 높은 평점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한국 민주정치의 한계는 남북 분단과 동서갈등을 비롯한 정치문화사적인 특수성으로 설명될 수도 있지만 헌법의 차원에서 신중히 재검토돼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현행 헌법도 역대 헌법 개정의 역사처럼 이른바 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었다. 사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든가 13대 국회(1988년)에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부활한 이유도 노태우(대구·경북), 김영삼(부산·경남),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이 5년간 돌아가면서 한 번씩 대통령을 할 수 있고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헌을 일궈낸 일련의 헌법 논의가 4.19, 5.16, 5.17과 같은 비상사태의 결과물이었지만, 수평적 정권교체가 일상화된 작금의 정치현실이야말로 이른바 ‘개헌 저항’을 극복하고 헌법제도의 개선을 위한 국민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로드맵을 작성하여 국민에게 제시해 정치 선진화를 위한 거보를 내딛기 바란다. 아울러 4월 총선 후에는 여야 합의로 한시적인 헌법특위가 국회에서도 가동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민선 단체장 시대 출범에 따라 각 지자체의 개별성이 강화되면서 지역 간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필연적으로 공공시설의 중복투자에 따른 재정낭비,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 지자체간의 심각한 재정적 불균형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분권적 수평적인 행정체제로의 대전환과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과 조정의 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현행 3단계(중앙-광역시·도-시·군·구)로 되어있는 행정계층을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최근 18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 공천자 중 기업인, 법조인, 대학교수, 언론인 등 전문직 출신이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3김정치와 노무현 코드 정치의 유산인 직업정치인의 시대가 가고, 전문 정치인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천신만고 끝에 공천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1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본선 서바이벌게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의 통치질서는 어떠한 선거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그 정치양상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비율관계, 선거구의 크기(소·중대), 선거구의 분할방법 등에 따라 한 나라의 정당제도와 정치질서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에 비해 양당제도의 확립과 안정 다수세력의 형성에 유리한 효과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중대선거구제는 정치적 소수세력의 대표선출을 용이케 하고 대표자의 지역 초월적 대의 기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선거구 인구 상한과 하한의 비율을 3 대 1(이내)로 해야 한다’는 2002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추기 위해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지방도시와 농촌지역은 4년에 한 번씩 선거구가 조정되는 혼란을 겪는다. 4개 군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농촌지역은 지역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선거구 조정을 10년 주기로 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4년에 한 번씩 총선 때마다 하니 번거롭고 게리맨더링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행정구조개편과 함께 선거구도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