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 <민노당 "친북 더 하자" 플래카드 걸고 총선 나오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3일 민주노동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친북(親北) 노선' 청산을 위해 마련한 혁신안(案)의 핵심 내용을 모두 부결시켰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의미'를 진단하면서 민노당을 '친북 정당'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에게 과도하게 의존' '(비정규직 외면하고) 정규직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기진단한 부분이 삭제됐고, 대법원이 북한 간첩이라고 판결한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을 제명하는 안건도 폐기됐다.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를 봐야한다며 혁신안을 만든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사퇴했다.

    민노당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흉하다고 거울을 깨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모습이 어디 갈 리 없다. 민노당은 북핵을 "북한이 미국 일본의 위협 때문에 자위용으로 만든 것"이라 하고 있다. 당의 강령이 북한 조선노동당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500만표 득표 운운하다가 71만표를 얻는 것에 그친 것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민노당의 성격 때문이었다. 민노당을 향한 국민 신뢰가 부도난 것이다. 그런데도 당의 비밀을 북한에 넘긴 당 간부를 제명하자는 안건이 상정되자 '쓰레기 같은 국가보안법에 굴복하라는 것이냐'는 세력이 장내를 압도했다. 전당대회장에는 "민주노동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구호를 담은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

    사실 자주파, 평등파라는 당내 파벌 자체가 60년대의 유물 같은 것이다. 집권 경험이 있거나 집권 포부를 갖고 있는 세계의 진보 정당에서 아직도 이런 박물관에나 남아 있는 이념 논쟁을 벌이는 정당은 없다. 친북 청산 혁신안을 부결시킨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1980년대 주체사상을 떠받들던 NL(민족해방)파가 그 뿌리다.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모셔놓고 절하던 세력이다. 이들이 당을 장악해 왔으니 민노당을 보고 친북당(親北黨), 종북당(從北黨)이라는 것이 정확한 지적인 셈이다.

    '친북'하면서도 '친북당'이란 이름을 듣기 싫고, '종북'하면서도 '종북당'이 아니라고 우기는 민주노동당에게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심판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