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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자 사설 '대통령실, 국정 중심의 길과 권부(權府)의 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첫 대통령실장에 유우익 서울대 교수를 내정했다. 유 내정자는 당선자와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핵심 참모로 당선자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한다.
당선자는 지금까지 대통령실장의 역할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일 할 사람"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대통령실장 인선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자체가 의아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당선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비서실과 비서실장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도 한다. 유 내정자도 "앞으로 실장이든 수석이든 나서서 떠들지 않고 절제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조직과 그 책임자는 단순한 '비서' 기능에 그칠 수가 없다. 모든 주요 국정 정보는 청와대로 모일 수밖에 없으며, 대통령 한 사람이 이 정보들을 다 파악해 일일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 한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의 자리에서 "나는 새벽 6시부터 밤 늦게까지 죽을 힘을 다해 일하는데 되는 일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은 대통령 한 사람의 의욕만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규모가 크다.
새 정부의 대통령실도 원하든 원치 않든 앞으로 국정의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장의 역량은 대통령과 그 정부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대통령학 전문가들은 카터 정권의 실패와 레이건 정권의 성공 요인을 뛰어난 비서실장의 유무(有無)에서 찾고 있다. 카터는 취임 후 2년 동안이나 비서실장을 두지 않고 혼자서 모든 국정을 챙긴 반면 레이건은 유능한 비서실장을 발탁해 믿고 일을 맡겼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실장은 과거의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권력은 대통령과의 거리에서 나온다. 거리로 치자면 대통령실과 실장만큼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있을 수 없다. 역대 정권의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이 지근(至近) 거리의 이점(利點)을 타고 예외 없이 권부(權府)의 길을 걸었다. 인사에 개입해 파벌을 만들고 국가 예산을 제 주머니 돈처럼 다루는 일이 횡행했다.
지금 당선자가 대통령실장의 비중을 애써 낮춰 언급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걱정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선자만 하고 있는 걱정이 아니다. 국민은 새 정부의 대통령실이 조만간 권부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아니면 조용한 국정 중심의 길을 걸어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