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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여당 의원들은 거수기가 되고 국회는 ‘통법부’가 된다. 그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제로의 국정운영이 된다.
대통령이 공천권과 당 인사권을 손에 쥐는 것은 권위주의로의 회귀요 정당 민주주의의 명백한 후퇴다. 당은 청와대의 눈치나 보며 제 구실을 못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과 여당이 갈등하고 대립각을 세우면 국정 난맥이 온다.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정일체·당정분리 어느 쪽이든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의 선회를 방지 방지하는 것이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회동, 당내·외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당선자와 강 대표가 만나 정권의 원활한 인수인계, 12월 임시국회 마무리, 당정 간 유기적 협력관계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다.
오늘 양자회동은 이 당선자가 당선 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의 회동은 최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정분리와 당정일체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되면서 당내 친이(親李), 친박(親朴)측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어떤 형태로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당·정·청 일체화 문제는 자칫 인수위조차 출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 직후부터 내홍에 휩싸일 수 있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며 이 당선자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 축복 속에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해야 할 때로, 온 국민의 뜻을 받드는데 중점을 둬야지 계파 문제나 당권·대권 분리 폐지, 공천 지분 등을 갖고 씨름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정권인수위원회 구성을 비롯해서 연말 임시국회 마무리, 4월 총선 대비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산적한 현안들이 놓여있다. 때문에 대선 이틀 후에 불거져 나온 당정일체론은 시기도 적절치 않고 자칫 국민들에게 승자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1987년 12월 대선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뒤 88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놓고 전두환·노태우 두 전 현직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권력다툼으로 비화되어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으며, 여소야대로 인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웠다.
오늘 회동에서 그동안 노정된 이견의 공통분모를 살리는 혜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원활한 국정 수행과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당헌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당·정·청 일체화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도 있으니 만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간의 주례회동이 정례화 되길 바란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의 책무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당·정·청간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상시화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 정무수석을 다시 부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 당선자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안정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을 책임진 강재섭 대표와의 긴밀한 협조와 유대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당권·대권을 분리한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운영의 묘만 잘 살린다면 당이 대통령과 잘 협력해 나가는 새로운 통치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천신만고 끝에 10년 만에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집권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의 당헌 8조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그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책임정치 및 정당정치 차원에서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다. 한나라당 당헌은 집권했을 때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는 없다. 당헌 정신을 잘 살린다면 대통령의 공천 협의권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