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완패 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전 대통령 후보는 당 결속을 주문했다. 2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가진 선거대책위 해단식에는 정 전 후보와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손학규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정 전 후보와 힘겨루기를 해온 김근태 의원까지 참석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선거 막판 정 전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뒤 19일 개표상황을 함께 지켜봤고 이날 해단식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오충일 대표와 정대철 전 의원 등은 인사말에서 당 단합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당장 1월 당권경쟁을 둘러싼 계파간 세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총선 지분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날 해단식에 모인 손학규 이해찬 김근태 강금실 네 사람은 1월 당권 경쟁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네 사람은 한 자리에 모였지만 거리를 두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내에서는 대선 이전 부터 내년 4월 총선의 지휘자로 누구를 선택할 지를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사수를 위해선 당의 얼굴로 손학규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부터 '강금실 역할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 바 있다. 의원들은 당장 총선 공천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누구와 손을 잡느냐'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대선 완패로 '정동영 책임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 전 후보가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이므로 대선 이후에도 그의 당내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완패에도 불구하고 이날 해단식에는 4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일단 당권경쟁 구도는 '정동영 대 반정동영 연합'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 전 후보가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공백기가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높다.
이런 구도 속에서 앞서 거론된 네 사람간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당내 기반이 취약하지만 선거기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가장 열심히 뛰었다는 평을 받고 있어 정 전 후보와의 제휴를 통해 당권장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강 전 장관 역시 친노그룹 등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본인이 직접 당권경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후문이지만 그가 친노 그룹 좌장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경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전보다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김근태 의원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고, 당 대표급 인사로 거론되는 추미애 전 의원도 당권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선을 완패한 상황에서 계파간 갈등으로 당이 흔들릴 경우 총선마저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경선 없이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계파 수장들이 중립 성향 당 대표를 합의추대한 뒤 최고위원 등에 자파 인사를 기용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대선 후유증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당명부터 다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명박 특검법'부터 총선 공천까지 시간이 촉박하니 통합신당이 지금의 틀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