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K 주가조작 사건의 김경준씨 송환 문제를 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이중플레이'를 한다고 연일 비난하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정작 언론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동영 대통령 후보 선출 뒤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어떻게 조사를 한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던 통합신당이 23일 발표된 한 언론사의 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20.4%)이 20%를 넘어서자 그 결과를 갖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충일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일 오전까지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은 15~19%였는데 오 대표는 정 후보에 대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당 자체조사에서는 (정 후보의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면서 "아직도 (통합신당과 정 후보의) 빠른 성장에 불편한 일부 언론에서는 어떻게 (여론)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신문은 5% 올라 정 후보의 지지율이 15%라고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당내 조사는 아전인수 격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고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조사를 의뢰했는데 정 후보의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오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요구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주장이었는데 24일 오 대표는 이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오 대표는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 23일 발표된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꺼내 정 후보의 상승세를 치켜세웠다. 오 대표는 "어제 모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었다"고 자랑한 뒤 "정 후보의 차별 없는 성장과 가족행복시대라는 정책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연일 강행군으로 지지확대를 위해 애쓰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민은 새로운 가치, 새로운 미래의 개척자 정동영을 선택할 것이고 12월의 남자는 정동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어제 처음으로 정 후보의 지지도가 20%를 넘어섰다. 마의 20%가 아니라 당연히 넘어야 할 20%"라면서 "외부에서 마치 우리 후보가 준결승 후보인 것처럼, 후보단일화를 앞둔 준결승 후보인 것처럼 (몰아가는) 악의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20%를 넘어선 것은 대단하다"고 자평한 뒤 "지지 세력들이 서서히 커밍아웃을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 인사말 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오 대표는 "우리 자체 조사가 아니라 언론사 조사에 의해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연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