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서 기다리고 있던 한 초등학생에게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곧바로 정확한 답이 나왔다. 16일 방과후 교실 현장을 둘러보고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서울 노원구 중평초등학교를 찾은 이 후보는 몰려든 '초딩(초등학생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들에 파묻혀 유례없는 유명세를 치러야했다.

    여론조사 50%대를 상회하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어린 학생들에게서 더욱 과장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도 전 학생들은 운동장 주위 수십명씩 모여 사인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교문 앞에 이 후보가 모습을 나타내자 100여명의 학생들이 '와'하는 함성과 함께 몰려들었다. 주호영 나경원 이주호 이군현 의원 등과 함께 이 후보는 손을 흔들며 웃어보였다.

    교문에서 교무실까지 불과 100여미터도 채 못되는 거리였지만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덕분에 이 후보는 10분 이상 시간을 소요해야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위해 이 후보는 'V'자를 그려주기도 했으며, 가까이 다가온 학생은 먼저 사인을 받을 수 있는 '특혜'도 누렸다. 학생들은 앳된 목소리로 '이명박'을 연호하고, 박수와 사인공세를 이어갔다. 학생들의 표정에 웃음만 가득했을 뿐, 별다른 욕심을 의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마치 유세장에 모인 성인 지지자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사인 받아서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다음 대통령될 지 모르는데 방에다 기념으로 둬야죠" "나중에 자식한테 물려줄거에요" "집에 가서 자랑하려고요" 등 막힘없이 계획을 밝혔다. '요즘 아이들의 극성'에 경호원들도 진땀을 빼야했다. "유력 대선후보의 경호가 초딩들에 의해 뚫렸다"는 농담도 나왔다. 결국 이 후보측은 일정 진행을 위해, 간담회를 마친 후 사인을 받도록 해줄 테니 기다려달라는 약속을 하고서야 교실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행사를 마친 후 이 후보는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즉석 사인회'를 진행했다. "약속했으니 지켜야지"라며 이 후보는 계획보다 한 시간 이상 이 학교에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사인을 받은 학생들은 마치 엄청난 보물이라도 건진 듯 소리 지르며 기뻐했고, 이 후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에 앉자 "잘생겼어요" "좋아요"라며 기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교직원으로 보이는 한 관계자가 어린 학생들에게 "구호 같은 거 외치면 안돼"라며 주의를 주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환호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변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학부모와 가진 간담회에서 "어린 아이들이 자라 사회할동할 때면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되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고 그 다음 외국어를 하나 더 해야하는 세상이 오게 될 것"이라며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해보자는 것이다. 최소한 수준까지는 영어교육을 국가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사교육비도 반으로 줄이고 영어과외도 학교교육을 통해 될 수 있는 제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현재처럼 1년에 초.중.고 학생 1만명이 영어공부하러 외국에 가고, 3만명 정도가 아예 유학을 가는 상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면서 "과외공부나 연수를 받지 않고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 고교를 졸업할 때는 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할 때 보니 외국사람이 투자하고, 국제적 기관이 한국에 오는 것을 꺼리는 이유로 일반시민과 (영어로) 대화가 되지않는다는 것도 있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이 후보는 도서실, 급식실 등 시설을 둘러본 뒤 바둑교실과 영어체험실 등 방과후 수업 현장을 찾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후보는 한 자리에 앉아 학생과 바둑을 잠시 두기도 했으며, 영어체험실에서는 '음식주문법'을 직접 가르쳐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