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운동은 재래시장부터'. 여야 구분없는 대선주자들의 잇따른 재래시장 방문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후보 확정 후 곧바로 서울의 양대 재래시장인 광장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찾은 데 이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도 15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가장 먼저 평화시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23일 치열했던 경선을 마치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서 첫 민생탐방지로 종로구 광장시장을 선택했었다. 이 후보는 재래시장과 인연이 많은 인물이다. 어릴 적 길거리 풀빵장사를 했던 그는 상인들에게 "나도 포항 죽도시장 출신"이라고 소개했으며, 좌판상을 한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오늘 나를 있게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광장시장 방문 당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상인들에게 피해가 되니 동행하지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경선 당시에도 이 후보는 "시장방문이 어렵고, 곤혹스럽다"며 "일정에서 뺄 수도 없고…. 그래서 동행인원을 줄이려 애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들이 괜히 와서 악수하고 '장사 잘 되죠?'하고 물으면 화가 날 것"이라면서 "장사도 못하게 다니는 것보다 하나라도 더 팔아주는 게 도움이 되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판매하는 물건을 집으면 반드시 수행비서를 통해 구입하게 하는 것도 유명한 사례다.

    저조한 국민적 관심 속에서 명의도용, 인원동원 등 갖은 불법선거 논란을 거치면서 본선진출권을 따낸 통합신당 정 후보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 곳에 삯바느질로 만든 옷감을 납품했었다며 16일 평화시장을 찾는 것으로 대선행보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서민 이미지' 만들기를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가 선택한 평화시장은 이 후보가 과거 다녀간 광장시장과 걸어서 10여분이면 충분할 가까운 거리에 있다. 특히 이 후보의 대표적 자산인 청계천을 끼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잠재적 여권주자로 거론되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도 이곳 평화시장에서 첫 대선행보를 알렸다. 문씨는 이 후보가 광장시장을 방문한 다음날인 24일 평화시장을 찾아 "그 분이 언제적 경제인이냐. 21세기에 대운하 건설하고 콘크리트에 돈바른다고 하면 전 세계가 웃을 것"이라며 '이명박 때리기'에 주력했다. 타 재래시장을 제치고 평화시장을 고른 정 후보의 속내도 문씨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