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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3일 사설 '헌법 무시한 대통령 명령 따라야 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라고 주장한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의 책무를 몰각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헌법 제66조는 규정하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남북 간의 해상경계선으로 실질적 영해선 역할을 해온 NLL을 부정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영토 보전의 책무를 방기하려 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핵 사유까지도 될 수 있는 엄중한 문제라고 본다.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들어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 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군사분계선(MDL)이 남북 간의 영토선이 아니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군사분계선에 노란 줄을 새삼 그어 놓고 걸어서 넘는 이벤트를 연출한 당사자가 바로 누구인가.
남북이 서해에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와 주변 수역을 평화협력지대로 지정키로 한 것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민감한 NLL 문제를 뛰어넘기 위한 전략적 사고의 결실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NLL 재획정 문제는 뒤로 미루고, 평화수역 조성에 필요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부터 차근차근 논의하면 될 일이다.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 문제도 ‘무해통항권’ 같은 국제법적 원칙을 적용하면 NLL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NLL 문제를 건드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평양에 가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그는 NLL은 영토적 개념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NLL을 지킨 것이라는 말도 했다.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정말 곤혹스러울 것이다. 어렵더라도 소신을 지킬 것을 김 장관에게 당부한다. 항명의 각오로 NLL을 지키라는 것이다. 국법 질서상 도저히 못하겠다면 차라리 옷을 벗는 편이 낫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