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사설 '김 위원장과 나란히 아리랑 공연 감상하는 노 대통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에서 북한의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볼 모양이다. 카드섹션과 매스게임으로 이뤄진 아리랑은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2005년 아리랑엔 북한군이 총검으로 국군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있었고, 올 4월엔 핵실험 성공을 선전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번엔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북한의 아리랑 집단 체조엔 유치원생·초등학생부터 근로자까지 10만명이 6개월간 동원돼 매스게임 기계가 될 때까지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 공연은 북한 아동학대의 현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연장인 5·1 경기장 한쪽에선 늘 지린내가 난다고 한다. 카드섹션 연습 동안 학생들이 자리를 뜰 수 없어 앉은 채로 소변을 보기 때문이다. 방광염에 걸려 고통 받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동작이 틀리면 가차없이 몽둥이가 날아오고 집단으로 체벌을 받는 것도 다반사다. 김현식 전 김형직사범대 교수는 “북한의 집단체조 뒤에는 인민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증언했다.

    2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아리랑 공연 참관을 두고 “대통령이 아동학대 현장에 앉아 있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어린이가 연극이나 운동회 준비로 장시간 연습하는 게 학대라고 볼 수 있느냐”고 답했다. 그는 이날 북한 인권에 대해 “인권문제는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치미를 뗐다. “북한의 인권탄압·불법행위의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도 했었다.

    이 장관은 본업이 성직자였다. 그런 그가 장관 자리에 앉더니 북한 동포의 인권에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그것도 성장기 아동의 생리적 필요까지 금지시키면서 강제로 집체 훈련을 시키는 처사를 남쪽 아동의 운동회에 비교하며 외면해 버렸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의 본업이 성직자였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사실은 프로 혁명가였고, 성직은 그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아리랑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노 대통령을 탈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