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 사설 '청와대 앉아 이렇게 국민 세금 도둑질했다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4월 행정자치부에 압력을 넣어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의 개인 사찰인 울주군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토록 한 사실이 밝혀졌다. 흥덕사는 음식점을 고쳐 2004년 5월 문을 열었고 신도가 40명쯤이라고 한다. 영배 스님은 “신정아씨 학위가 가짜로 판명되면 내가 책임진다”(5월29일 동국대 이사회) “학위가 진짜인 걸 확인했다”(7월2일 불교언론 간담회)고 신씨를 옹호했었다.

    행자부는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울주군에 “작년 여름 흥덕사 주변 태풍 피해 복구비 명목으로 특별교부세 15억원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울주군은 “흥덕사는 태풍 피해도 없고 전통 사찰도 아니라 예산지원 근거가 없다”고 했고, 그러자 행자부는 “흥덕사 부근 다리를 고쳐 짓는 비용을 신청하라”고 했다고 한다. 울주군은 5월 13일 15억원 지원 요청서를 보냈고 열흘 뒤 행자부에서 10억원이 나왔다. 그 뒤 영배 스님은 울주군에 “다리 공사비가 나왔으니 대신 군비로 흥덕사 불교미술관 건립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별교부세는 행자부가 재난 등 예상 못한 용도가 발생한 지자체에 지원하는 재정이다. 특별교부세 몇 억을 받으려면 시장·군수가 발이 닳도록 행자부 과장·국장을 찾아다니며 로비해야 한다. 이렇게 긴요하게 써야 할 국민 세금을 변씨는 제 호주머니 돈처럼 꺼내 썼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권한을 세금 도둑질에 써 온 것이다.

    신정아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게 2005년 9월이다. 교육부의 동국대 지원 예산은 2005년 35억원에서 2006년 갑자기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씨가 작년 7월 스페인 아르코 국제아트페어의 큐레이터로 채용될 무렵 문화부의 아르코 지원예산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불어났다. 검찰은 변양균·신정아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무슨 작용을 한 것인가를 밝혀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기획예산처 국장이던 변씨를 만나고선 “우리나라에 이런 공무원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변에 탄복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어떤 수준인지 말해준다. 변씨 관련 의혹이 “깜도 안 되고” “소설 같다”고 감싸고 돌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