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후보'를 선출하겠다던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스스로 현 경선을 '조직·동원선거'라고 한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조직·동원선거'에 불만을 품고 경선 참여를 올스톱한 상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초반 4연전이 사실상 '조직·동원선거'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조직·동원 선거의 당사자로 지목받는 인물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며 문제의 발단이 된 곳은 이용희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이다. 이 부의장은 정 전 장관 캠프의 최고 고문을 맡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정 전 장관에게 80%가까운 몰표가 나왔다. 손 전 지사 측에서는 정 전 장관 측이 선거인단을 버스로 실어 날랐다는 주장까지 했다.

    손 전 지사가 돌연 잠적하고 사태가 커지자 이 부의장은 20일 '정계은퇴' 카드 까지 꺼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부의장은 "보은·옥천·영동 등 내 지역구에서의 경선 투표율은 합해서 40%가 안되는데 그걸 갖고 차떼기니 뭐니 해서 너무 안타깝다. 앞으로 조사해서 내 지역구에서 버스를 단 한 대라도 대절해서 유권자를 실어 날랐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도 '조직·동원선거'주장에 "선거인단에 대한 매도"라며 오히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이 부의장이 '정계은퇴'카드까지 꺼낸 같은 시간 통합신당은 원내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부의장은 당초 이런 입장을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히려 했으나 오충일 대표의 제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이 부의장의 발언이 궁금했는지 이 부의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원내대책회의에 들어온 취재진에게 발언 내용을 물었다. 취재진이 들어오자 선병렬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 부의장이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했다. 기자들이 "(선거인단 동원이 사실이라면) 정계은퇴하시겠답니다"라고 답했다.

    이 부의장의 발언을 전해 들은 선 의원은 "면사무소 앞에서 (선거인단) 모집해 이장이 데려 간 게 다 있는데 당신(이 부의장)이 안 하셨다고 하면 되느냐"며 이 부의장의 해명을 비웃었다. 선 의원은 이 전 총리 캠프에서 종합상황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자 정 전 장관 캠프 소속인 장경수 의원이 불쾌한 듯 곧바로 반격했다. 장 의원은 정 전 장관 캠프에서 부동산대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장 의원은 "경선이라는 게 다 그렇게 하는 거지… 조직하고 동원 안하면 어떻게 경선을 해? 그게 말이 돼? 택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어…"라며 선 의원 발언에 응수했다. 정 전 장관 측의 조직·동원 선거를 시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발언이다. 

    선 의원은 멋쩍은 듯 자리에 앉았지만 두 의원의 이런 신경전이 벌어진 자리는 김효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참석한 회의석상.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선거운동에 철저히 단속해 나갈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당 지도부는 두 의원의 이런 신경전을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