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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회동’은 ‘화합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던 경선이 끝난 지 18일 만에 승자와 패자는 다시 마주 앉아 정권교체를 위해 합심할 것을 다짐했다.
회동 장소인 국회 귀빈식당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강재섭 대표였으며 뒤이어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도착해 박근혜 전 대표를 기다렸다. 예정 시각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한 이 후보는 내내 서서 박 전 대표를 기다리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는 포즈를 취하며 모여든 취재진들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만나면 좋다. 우리 당끼린데…. 못 만날 사람이 만나는 것처럼 물어본다. 늘 만나는 사람인데…”라고 했다.
약속된 회동 시각인 3시 정각에 박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 후보는 문 앞까지 나가 박 전 대표를 맞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양 진영의 갈등을 불식시키려는 듯 자리에 앉기 전까지 두 번이나 악수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박 전 대표는 환한 표정으로 “먼저 와 계시네”라며 안부를 물었고, 이 후보는 “앉읍시다”라며 자리로 이끌었다. 특히 이날 이 후보와 강 대표는 넥타이를, 박 전 대표는 블라우스를 푸른 계열로 ‘맞춘 듯’ 입고 와 눈길을 끌었다.
나란히 앉은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 대한 소회 등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으며 이에 이 후보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은 주로 이 후보가 ‘말하는 쪽’ 박 전 대표는 ‘듣는 쪽’이었다. 이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표가 큰 일을 하셨다” “주한 미국대사, 중국대사도 경선이 끝날 때 모습을 보고 관심이 많더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등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을 높게 평가하며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또 이 후보는 “그쪽(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이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다”며 박 전 대표 진영까지 치켜세웠고, 박 전 대표는 “그러면 캠프에 계신 분들이 섭섭하시겠다”며 농을 주고 받았다. 박 전 대표와 마이크에서 떨어져 얘기를 나누던 이 후보가 행사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향해 “작게 말하니 잘 안들리죠. 비밀이야”라며 너스레를 떨자, 박 전 대표는 귀기울이는 취재진에게 “귀가 굉장히 좋은 가 봐요”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대사를 치르려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 후보는 “경선 후 테니스를 한 번 쳤다”고 화답했다. 강 대표는 “나는 운동이라고는 선거운동과 숨쉬기운동밖에 안한다”며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후보가 이날 가장 많이 한 말은 “힘을 합치자”였다. “박 전 대표와 나 둘이 힘을 합치면 정권 찾아올 수 있다” “나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단합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이인동심 기리단금, 二人同心 其利斷金)” “우리 박 전 대표가 협조해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잘하겠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자”
강 대표가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하이파이브’를 유도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손바닥도 두 개가 합쳐져야 소리가 나고 새도 한 날개로는 날 수 없고 수레바퀴도 하나 가지고는 똑바로 갈 수 없다. 두 사람이 손바닥을 딱 쳐서 큰 소리를 내면 내가 잘 뒷받침해서 정권 창출하겠다”며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에게 “손바닥 한번 치시라”고 권했다. 이에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박 전 대표가 쑥쓰러운 듯 손사레를 치면서 잠시 머쓱해지기도 했다.
30여분 동안 독대를 한 뒤 회동장소에서 나란히 나온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선대위원장직 제의 등)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선 후 첫만남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후보는 “좋지”라고 크게 답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국회 본청 앞까지 나란히 이동하며 끝까지 화합무드를 이어갔다. 본청 앞에 박 전 대표의 차가 먼저 와 대기해 있자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게 먼저 차에 오르라고 권했지만, 이 후보는 손사레까지 치며 이 후보가 “먼저 들어가시라. 또 보자”고 배웅했다. 사양하던 박 전 대표는 “안녕히 계세요”라며 먼저 차에 올라탄 후에도 잠시동안 차창을 열고 밖을 향해 인사한 뒤 국회를 나섰다.
18일 만에 박 전 대표와 만나 ‘화합하자’는 말을 들은 이 후보는 “두 사람 다 (만나)보니 감정(앙금)이 없더라”며 밝은 표정으로 국회를 나섰다. 이 후보 비서실장인 임태희 의원은 “지금까지 본 중에 오늘 이 후보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