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선두경쟁, 후보단일화를 위한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신경전, 비노(손학규 정동영) 대 친노(이해찬 유시민 한명숙)간의 힘겨루기.

    닻을 올린 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선전도 복잡다단하다. 한장의 후보 티켓을 잡기 위한 다섯 후보의 신경전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의 경선 못잖게 치열하다. 고만고만한 지지율 탓에 한나라당 경선보다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이 덜하지만 다섯 후보 모두 신당의 최종 후보로 낙점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신당의 첫 번째 정책토론회(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 다섯 후보는 라이벌의 아킬레스건 공략에 사력을 다했다. 특히 1위 후보임에도 '짝퉁 한나라당'이란 꼬리표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손 전 지사는 모든 후보로부터 집중견제를 받았다. 토론회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후보간 상호토론에서 손 전 지사는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 역시 가장 큰 약점은 '한나라당 출신'이었다. 네 후보는 손 전 지사의 과거 한나라당 시절 발언을 꺼내 코너로 몰았다. 그의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경기지사 시절의 업적을 내세울 틈도 주지 않았다. 

    비노 후보로 분류되는 정 전 장관 역시 세 친노후보의 공격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선두탈환이 시급한 정 전 장관은 손 전 지사 뿐만 아니라 친노후보들의 공격까지 방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세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앞둔 탓에 공격이 아닌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켜주는 전략적 협공을 펼쳤다.

    상호토론 시간 후보들의 설전을 장면으로 엮어봤다.

    ◇'난타당한 손학규' 손 전 지사는 모든 후보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친노후보들은 그가 노무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점을 공격했고 정 전 장관으로부터는 대북정책에 대한 과거 한나라당 시절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명숙 vs 손학규]

    한명숙 "손 후보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기획인 양 말한 적 있다. 햇볕정책을 지지해왔다고 했는데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

    손학규 "한 후보가 내 말을 오해했거나 오해는 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을 말한 것은 대통령이 불필요하게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강조어법이었다"

    [정동영 vs 손학규]

    정동영 "북핵실험 당시 손 전 지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햇볕정책을 찬성한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탈당하고 평양을 갔다 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나"

    손학규 "정 의장께서 조사도 참 열심히 하셨네요"
    정동영 "조사를 많이 한 것은 아니고요"
    손학규 "거꾸로 정 전 의장에게 묻겠다. 정 전 의장은 북핵실험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냐"
    정동영 "(북핵실험 당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불과 4개월 앞도 못 내다본 단견이었다."

    [유시민 vs 손학규]

    유시민 "노 대통령이 대선관여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애매하다. 대통령이 선거중립은 지켜야 하나 정치중립을 하라는 것은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한나라당 주장과 똑같다.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경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면 양해를 하겠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해명하고 취소하면 안되나"

    손학규 "유 후보가 애정을 갖고 말한 것은 감사하지만 (해명이나 발언 취소는) 노 생큐다. 대통령이 더 이상 대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 것은 최강의 강조어법이었다."

    유시민 "최강의 수단도 언제나 적절한 수법을 써야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거나 모기 잡는 데 대포를 쏴서는 안 된다."

    [이해찬 vs 손학규]

    이해찬 "PSI 참여 발언은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 지지자들은 (손 전 지사의) 정체성에 의심이 간다. 손 후보가 TV토론에 나가 이명박 후보와 붙었을 때 명확하게 정치노선을 갖고 이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 지지자들이 (손 전 지사를) 믿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손학규 "한나라당에 있을 때 그런 분위기에서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대체입법을 주장했다. 나는 원칙을 갖고 있는 만큼 이 후보와 상대하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손학규 잡으랴, 친노후보 공격 방어하랴 바쁜 정동영' 손 전 지사 추격에 바쁜 정 전 의장은 친노 후보들의 공격에 발목을 잡혔다. 한 전 총리는 그의 대표상품인 '개성공단'을 흠집 냈고 유 전 장관은 정 전 장관이 손 전 지사의 과거 한나라당 발언을 꺼내 공격하자 "정 후보도 야당 시절 심한 소리 많이 안했느냐"며 쏘아붙였다.

    한명숙 "개성공단을 선점했다. '개성동영이라고 말 할 정도로 개성공단은 정동영 후보의 것이 되고 말았다. 통일부 장관 시절 큰 기여는 인정하나 (정 전 의장의 개성공단 관련 정책은) 과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개성공단의 성과도 사실상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전 상당부분 추진이 돼 있었다."

    정동영 "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개성공단에 갔을 때 허허벌판이었고 설계도만 있었다. 미국이 반대하는 등 첩첩산중이었다. 정동영이 미국에 날아가 국방장관과 담판했고 백악관을 찾아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

    정 전 장관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시절 대북정책에 관한 발언을 꺼내 비판한 뒤 토론의 주도권을 쥔 유 전 장관은 손 전 지사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 이렇게 정 전 장관을 비판했다.

    유시민 "(손 전 지사는) 야당 계시다 왔는데 지난날 발언을 갖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야당은 책임성이 없어 함부로 말한다. 정동영 후보도 과거 야당 시절에 심한 소리 안했습니까? 그런 것 갖고 너무 그러시면 안되고요."

    ◇'정동영 VS 유시민 = 김대중 vs 노무현?' 정 전 장관과 유 전 장관의 신경전도 볼거리였다. 전날 토론회에서 유 전 장관은 정 전 장관을 향해 "'곶감 항아리 같다. 한 번씩 와서 빼가기만 하고 의리는 지키지 않는다"고 비꼬았고 정 전 장관은 자신의 측근들을 이용해 유 전 장관을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두 후보는 날선 공방을 펼쳤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유 전 장관을 비롯한 친노후보들의 공격을 '김대중 VS 노무현' 대결을 부각시키며 방어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사이에 남은 가장 큰 앙금인 '대북송금 특검'을 꺼내 친노후보인 유 전 장관을 코너로 몰았다.

    정동영 "가장 큰 애로사항은 대북송금 특검이었다. 강력히 반대했지만 특검을 막지 못했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

    유시민 "광주·전남지역에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것 때문에 나한테 (질문) 하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상당액의 돈을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지급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법리적 문제였다"

    정동영 "요점만 얘기해 달라"
    유시민 "아직 20초도 얘기 안했다. 당시 일한 사람들이 당당히 밝히고 초법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안 돼 특검으로 갔고 그 뒤에 후유증을 낳았다."
    정동영 "본인의 입장은 뭐냐"
    유시민 "내 입장은 당사자들이 국민 앞에 공개했다면 됐을 것이다."
    정동영 "(특검에) 찬성이냐 반대냐"
    유시민 "이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정동영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