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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18일 만에 처음 마주 앉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는 7일 한 목소리로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논란 등 갈등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화합’을 강조하며 악수를 나눴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식당 별실에서 강재섭 대표와 함께 한 ‘3자회동’에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손을 내밀었고 박 전 대표는 “화합해서 노력해야 한다. 정권을 되찾아 달라”고 화답했다. 특히 경선 이후 두 번의 캠프 해단식이라는 공개석상에서 ‘화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이날 ‘화합’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나와 박 전 대표 둘이 힘을 합치면 정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며 “나 혼자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저쪽이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들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단합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박 전 대표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오늘 맹자 글을 보니까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는 말이 있더라. 나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길을 잘 열어서 나가도록 하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협력하면 잘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우선 “이 후보가 지지율도 높고, 한나라당의 후보가 됐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길 바란다”며 “화합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당이 하나 돼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다른 캠프, 상대 캠프에 대해서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문제, 당 노선이나 운영 이런 것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다”며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데 이 후보가 이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일각의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후보는 “나는 벌써 잊었다.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서로 이해할 만한 것은 직접 이야기하고… 내가 사람 중심으로 아주 잘 하겠다”며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걱정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하던데, 앞으로 보시라”고 말했다. 그는 “그쪽(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이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다”고도 했다. 그는 거듭 “박 전 대표가 협조해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잘 하겠다”며 “이제 (캠프라는 말은) 없어질 때가 됐다. 우리 두 사람은 제일 먼저 잊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선거에 임박해서 중요한 일들은 상의하겠다. 중요한 일들은 수시로 연락을 드리겠다.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일들은 같이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박 전 대표는 “후보 중심으로 하시라”고 했다.
공개만남에 이어 단 둘이 비공개로 30여분간 대화를 나눈 뒤 밝은 표정으로 회담장을 나온 두 사람은 “선거 이기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뜻을 같이했다”(이 후보) “공개된 자리에서 나온 말의 연장선상에서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했다”(박 전 대표)고 말했다.
선대위원장 제의 등 구체적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박 전 대표는 전했고, 향후 회동과 관련해 이 후보는 "같은 당인데 필요하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간에 의미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