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세청이 작년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친인척 11명에 대한 재산 뒷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후보와 부인 등 이 후보 가족 6명, 처남 김재정씨와 가족 4명에다 큰형 이상은씨의 재산 관련 자료를 가능한 한 전부 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조사는 국가정보원이 작년 9월쯤 이 후보 뒷조사를 했던 시기에 거의 함께 이뤄졌다고 한다. 국세청은 조사 뒤 처남 김씨 부동산은 본인 명의로 보이며, 주식회사 ‘다스’는 현대자동차 납품업체라는 등의 사실로 미뤄 그 실소유주가 이 후보일 수 있다는 의심은 가나 증거는 없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국세청은 국민의 재산 관련 자료는 무엇이든 접근할 수 있는 방대한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다. 내부 비밀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기로도 유명한 기관이다. 때문에 역대 정권들은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 회사를 공격하는 데 가장 쉽게, 가장 자주 국세청을 동원해 왔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이 후보 뒷조사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국세청의 이 후보 친인척 조사는 정당한 업무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세청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이 후보 문제가 나와서 조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20~30년 전 일로 과세 시효도 지난 사안을 갖고 일가족을 모두 조사한 것이 우연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하기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이 후보 처남 부동산 관련 정부 자료를 뒤졌을 때도 국정원은 “부패척결팀의 정당한 업무였다”고 했었다. 일을 하다가 우연히 이 후보 관련 조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국정원 누군가가 이 후보 전과기록 조회를 한 것도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란 식이었다. 경찰도 이 후보 전과기록을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 경찰청장의 답변 역시 “정상적인 업무였다”는 것이었다.

    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이 갑자기 합동으로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조사한 것도 정부는 “정상적인 업무”라고 했고, 이와는 별도로 교통연구원까지 나서 대운하와 박근혜 전 대표의 열차페리 공약을 조사한 것도 “정상적인 업무”라고 했다.

    갑자기 정부 주요 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야당 후보 한 사람의 안팎, 위아래를 이 잡듯 다 뒤지고서 그게 다 정상적 업무를 하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정권이 연출하는 이 기적과도 같은 우연의 연속은 앞으로 대선 투표일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