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30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가 화합을 위한 한 축이 빠진 채 '반쪽 행사'로 시작됐다.

    전남 구례 지리산 가족호텔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연찬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속속 도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를 도운 인사들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 뛰었던 인사들은 찾기 힘들었다. 박 전 대표 캠프 핵심 인사 상당수는 이미 사전에 불참을 알려 경선 후유증은 예고됐었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측 의원은 김학원 김기춘 김학송 심재엽 이진구 안홍준 안명옥 정희수 한선교 의원 정도였다. 

    이들은 모두 "당 행사인데 당연히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이 후보 진영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김학원 전국위원회 의장은 "자꾸 만나서 풀어야 한다"면서도 "승자가 패자에게 극진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상할 텐데, 아픈 데를 푹푹 찌르면…"이라고 섭섭함을 나타냈다.

    심 의원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전 대표 진영이 비주류의 세력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경계했다. 그는 "경선이 끝난 뒤 이긴 쪽과 진 쪽의 감정 격차가 너무 큰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하지만 정권창출이 동일 목표이니 잘 되지 않겠느냐"며 "승자가 잘 안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 한 핵심 의원은 "(연찬회 개최) 시기가 너무 빨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경선이 끝나고 사실 나부터도 여유를 가질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쉴 때가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날 불참한 박 전 대표측 의원들과도 거리낌없이 연락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화합과 단합'의 연찬회를 연출하려던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행사 시작 전 기자실에 들른 강재섭 대표는 이날 '반쪽행사'를 우려, "여름 휴가철이고 외국에 간 사람도 있고 경선이 끝나고 몸이 아픈 사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도 있다"며 "비슷비슷하게 안오는데 꼭 박 전 대표 쪽에서 안오는 것으로 (언론에서) 쓰지 말라"고 농을 건넸다.

    연찬회 프로그램은 '이명박을 중심으로 한 화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경제대통령 이명박, 민생정당 한나라당'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 후보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준비한 이 후보의 특강 외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대신 참석자 전원이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화합과 단합의 시간'이 첫째 날 주요 일정이며, 둘째 날도 지리산 산행을 통해 단합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원희룡 의원은 "원래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 대처 방안에 대해 토론도 하고 그러기 위해 연찬회를 가졌지만 오늘은 토론이 없으니 연찬회는 아니지 않느냐"며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선문답이 오가며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행사장 무대에는 '우리는 정권교체 동반자'라는 글씨와 함께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걸려 있었지만 정작 행사장 내에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측의 진정한 '화해 분위기'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또 맨 앞줄 '상석'에는 강 대표를 중심으로 좌측부터 새로 선출된 안상수 원내대표, 이방호 원내총무, 이한구 정책위의장, 김덕룡 의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김형오 전 원내대표 등 '친이(親李)' 성향 인사들이 자리를 채워 '신(新)주류'를 실감케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행사시작 시점에 참석대상자 253명 중 136명(국회의원 70명, 당협위원장 66)만 참석해 절반 가량의 저조한 출석률을 보였다.[=구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