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7일 사설 '아름다운 승복을 방해하지 마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음모와 욕설, 배신과 약속 위반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모처럼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명박 후보의 말대로 “패했지만 승자의 모습을 보였고,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런데 이를 가로막고 번복하도록 자극하는 세력이 있다.
이 후보 진영의 이재오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진정한 화합을 이루려면 서로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서로’지만 결국 박근혜 전 대표 측에 굴복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경선에서 1.5%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진 박 전 대표 측이 마음으로 승복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하루아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어버리자”고 지지자들을 달랬다. 경선 이후 정치 원로가 찾아올 때마다 그는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가슴속엔 후보 낙마나 후보 교체를 생각한다”고 비난하는 건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그렇게 해서 어쩌자는 건가.
경선 이후 화합은 승자의 몫이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과거를 잊기도 쉽다. 화합을 이뤄 본선에서 이익을 얻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패자 측에 굴복을 요구해선 화합을 이룰 수 없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반대당 후보와 그를 지지한 사람들을 핍박한다면 국민 화합은 불가능하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겨우 당내 경선에서 이기고도 저렇게 기고만장한 측근들이 대선에서도 이긴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박사모’가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는 것도 옳지 않다.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불만이 없을 수야 있겠는가. 하루 이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선 무효소송과 대선 후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고, 시위를 계속하는 건 곤란하다. 이는 그들이 지지해 온 박 전 대표의 아름다운 승복을 욕되게 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