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패자이면서 승리자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한국정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07 국정감사 및 대선압승을 위한 한보협(한나라당보좌진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측과 이 후보측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이 후보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입모아 박 전 대표를 칭송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지난 경선이 박 전 대표덕분에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마무리가 됐다"면서 "그 점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그 뜻을 살리기 위해 12월 19일 선거에서 꼭 이겨야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선 화합, 후 혁신'을 강조한 이 후보는 이날 보좌진들과의 만남에서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정치사에 많은 (정당의) 경선과정을 봐왔지만 이번과 같이 마무리한 것은 정치사상 전례가 없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 후보는 또 "눈 앞에 닥친 정기국회에서 범여권의 굉장한 공격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가지가 예상된다"면서 당 소속 보좌진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사실을 갖고 대하고, 상대는 사실을 왜곡해서 대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면서 여권 총공세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환경미화원 시절,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사연 등을 소개하며 이 후보는 보좌진과의 스킨십을 나누는데 주력했다. '따뜻한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의 소유자가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후보는 "온정주의자이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면서 "이제 저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끝없는 온정을, 강한 사람이 부당하게 할 때는 참지 않는 성격이 됐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번 국회를 성공적으로 잘한다는 것은 바로 12월 19일을 위한 선거운동의 하나"라면서 "정기국회에서의 (여권에 대한) 대응은 국회활동이면서도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과 같다. 보좌진의 역할이 기대되고 큰 성과를 거두면 승리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며 원내 대응을 위한 보좌진의 역할을 독려했다. 한보협은 대선압승을 기원하는 의미로 이 후보에게 '황금열쇠'를 증정했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인사말에서 "박 전 대표에 너무 미안했다는 생각도 들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는 자부심에 감격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에서 박 전 대표의 승복연설 당시 눈물을 훔쳤던 상황을 소회했다. 강 대표는 그 당시 솔직한 감정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건 너무 따뜻한 눈물이라고 생각해 손수건을 꺼내 더 세게 우는 것처럼 해버렸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강 대표는 인사말에서 "박 전 대표가 (승복연설을 위해) 나와 무슨 얘기를 할 지 정말 궁금했었다"면서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자연스럽게 놓고 '저는 패배를 인정합니다'라고 하는 순간에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라. 아무 조건도 없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는 순간 '아, 내가 저 분한테 미안했구나, 악랄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경선일 다음날 개표를 하게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당일 지역별로 개표해 밤 10시쯤되면 (결과를) 다 밝혀지면, 그 다음날 누가 나오겠나. 진 사람이 김샌다면서 캠프 회의하고 나가지말자고 시비붙으면 전당대회가 엉망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번도 승복하는 것 본 적이 없으니까…. 맨날 속고만 살았다. (패자가 승복하지 않을까) 못 미더워서 별 걱정을 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