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라도…”

    16일 열린우리당 내, 소위 당 사수파 면면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열린당 대선주자들인 김원웅·김혁규 의원과 강운태 전 의원은 지난 15일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선언은 흡수합당에 불과함으로 반대한다”며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합당안을 부결시키기로 합의했다.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민주신당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당 당원들에게 합당의 명분이나 감동을 줄 수 없고 합당의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당 사수’ 의지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놓고 범여권 안팎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당 사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당 사수를 외친다는 것.

    당장 강 전 의원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탄핵을 주도,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대표적인 ‘반노’ 인사로 분류돼 왔었다.

    강 전 의원은 또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광주 남구에 출마해 당선된 뒤 민주당에 입당해 6년여간을 몸담아 오다가, 지난 7월 26일 열린당에 입당했다. 열린당 당적을 보유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강 전 의원이, 창당 일등공신마저 떠나버린 당을 사수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당시 강 전 의원의 열린당 입당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역주행’ 운운하며 대권행보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었다. 호남을 기반으로, 친노 표 흡수를 통한 정치적 입지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실제 강 전 의원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전남 순천시장, 광주광역시장, 농림수산부장관, 내무부 장관 등을 거치는 등 호남의 대표적인 행정인으로 평가받기도 했었다. 지난 5·31 지방선거때는 광주에서 시장출마 요구가 워낙 거세게 일기도 했으며, 당선이 유력할 정도로 지역적 지지기반이 탄탄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지난 13일 당 사수 의지를 밝히며 의원직까지 내던지 김혁규 의원의 경우에도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친노 주자로서 대표적 입지를 염두에 뒀으나, 좀처럼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범여권의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만나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라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혀를 찼다. 뻔히 당 사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당 사수를 외치니 진정성이 느껴지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의원은 이날 촌평을 통해 특정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열린당과 민주당의 이른바 사수파가 대통합을 견제하고 있다”며 “더러는 ‘당 사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이 사수를 외친다”고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는) 정계개편 국면의 최대 소극”이라면서 “솔로몬은 누가 진짜 엄마이고 누가 가짜 엄마인지를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의원 측은 "개의치 않는다"면서 "이미 탄핵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범여권의 참여정부 계승을 위해 마지막까지 당 사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