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10일 합당을 선언했다. 당 이름은 민주신당을 그대로 쓴다고 한다. 민주신당이란 열린우리당 1~4차 탈당파와 통합민주당 탈당파, 손학규씨,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닷새 전에 만든 당이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구민주당이 합쳐 한 달여 전에 만들었던 통합민주당은 사실상 구민주당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2월 이 소동이 시작된 이후 집단 탈당이 다섯 번 있었고, ‘신당’ 이름 붙은 당이 두 개, 통합 자 붙은 당이 한 개 만들어졌다. 그 짧은 사이 탈당 세 번 하고 창당 세 번 하는 세계적 기록을 세운 사람들도 나왔고, 자기 소속당이 아닌 곳에 탈당계를 내는 사람도 나왔다.

    돌고 돈 듯하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새로 생긴 민주신당 소속 의원은 143명이다. 그 중 5명을 뺀 138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민주신당의 강령과 당규, 정책은 열린우리당과 똑같다. 강령이 같고 그 안의 사람이 같으면 같은 당이지 다른 당이 아니다. 여섯 달 동안 돌고 돌아서 열린우리당 제자리로 원위치했다. 달라진 것은 집 밖에 걸린 당 간판 하나뿐이다. 국회의원 공천에 눈독 들이고 한구석에 진을 친 시민단체 사람들 정도가 못 보던 풍경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4년간 나라를 뒤집고, 사회를 갈라놓고, 국민을 욕보이다가 버림받은 당이다. 국민은 그 당이 눈속임용 신장개업을 하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새삼스레 주문할 것도, 궁금할 것도 없다.

    다만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가 되돌아온 의원들의 표변에 대해서만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탈당하면서는 “참회한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자질이 문제” “민주 자산 다 팔아먹어” “오만”이라는 등으로 돌팔매질을 했었다. 그러더니 몇 달 만에 되돌아와 슬그머니 친노 세력과 다시 몸을 섞었다. 이들이 앞으로 무슨 정치적 영화를 더 보려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 인격'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까지 앞으로 남은 넉 달 동안 또 무슨 물구나무를 서는 재주를 피우며 국민을 속이려 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