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진영이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녹취록을 공개하자, 이 후보측도 반격하는 다른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후보측이 내놓은 자료는 박 후보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김해호씨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이 후보와 의형제”라고 말하는 내용의 녹음이다. 이 후보측 공개 자료는 박 후보 진영의 청년 및 대학생팀장이 이 후보 비방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1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녹음된 것이다.

    박 후보를 위해 몰래 대화를 녹음한 사람은 공개되지 않았고, 이 후보를 위해 비밀 녹음을 한 사람은 한나라당의 부대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방 몰래 녹음기를 숨겨서 상대 말을 녹음한 다음에 필요한 부분만 터뜨려 이용하는 수법은 돈을 받고 남 약점을 잡아주는 흥신소가 전형적으로 써먹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나 고 최태민 목사 문제로 치고받을 때에는 그래도 후보 검증이라는 의미는 있었다. 그러나 경선날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두 진영의 싸움은 검증과는 관련이 없는 감정적 저주 일색이다. “저 사람 옥중 출마하게 될 것” “땅떼기당 된다” “금권게이트다”라는 등 같은 당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다 이제 흥신소 수법까지 등장한 것이다.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선거운동이란 것이 이 수준으로까지 타락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최고위원은 “비밀 녹음을 근거로 한 폭로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도덕적으로 매우 비열한 행동임에 틀림없다”며 “후보들이 이런 부도덕한 행동을 마다 않는다면 누가 되든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강재섭 대표는 “부끄러운 일이고 이러다 공멸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대책을 논의한다지만 사생결단으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박 진영의 귀에 이런 소리들이 들릴 턱이 없다.

    양쪽이 이렇게 싸우다가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수가 현재 4대4 동점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10대10이 돼도 부끄러운 줄 모를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