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각 대선주자들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눈치보기’가 가관이다.

    정치권의 논란이 일고 있는 설훈 전 의원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캠프 합류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다. 설씨는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의 20만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했다가 후에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가 올 2월 사면·복권된 인물.

    한나라당은 “설씨는 김대업과 마찬가지로 공작 정치의 상징같은 인물”이라며 다시 정치에 나서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힐난했지만, 범여권 대선주자 진영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손 전 지사를 향해 ‘적통성’ 운운하며 온갖 집중 포화를 퍼붓던 모습과는 180도 확 달라진 것.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3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진 공식 입장이 없다”며 “의미 부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장측은 설씨의 손 전 지사 캠프 합류가 자칫 DJ의 의중으로 비쳐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도 “설 전 의원이 그런 의미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설씨의 손 전 지사 캠프 합류는 어디까지나 설씨 개인적 판단인데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아울러 이해찬 전 총리 캠프의 김현 공보실장도 “입장이 없다”고 짤막히 말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설씨가 김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그룹인 ‘동교동계’이므로 범여권 각 대선주자 진영에선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느냐'는 생각을 가졌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범여권의 본격 경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절대적 텃밭인 호남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김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또 이에 대해 공세를 취할 경우, '손학규 = DJ의 의중'이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의미가 돼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얘기다.

    한편, 설씨는 이날 오전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손 전 지사 캠프행(行)을 김 전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전했다며 “손 전 지사가 범여권 주자로 정당하다는 생각을 많은 국민이 하고 있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가 전했다. 그는 또 “손 전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또 다른 일각에선 설씨의 손 전 지사 캠프 합류로 DJ는 손 전 지사를,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전 총리를 각각 의중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도 있다. 이에 앞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전 대통령에게 받은 '훈수'를 예외없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며 김 전 대통령의 ‘마음 사기’에 온통 혈안인 모습을 내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