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범여권 신당인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24일 발족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탈당파, 손학규씨측 ‘선진평화연대’, 일부 시민단체 진영의 ‘미래창조연대’가 합작한 당이다. 국회의원 수만 83명으로 원내 제2당이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씨 같은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 당에 모두 참여해 대선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한다.

    신당은 결성 선언문에서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융합에너지를 창조할 대통합의 용광로’를 자처했다. 언뜻 보면 여러 세력이 모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속 국회의원 83명 중 94%인 78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간단히 말해 5명의 열린우리당 아닌 의원을 끌어들이느라 ‘脫黨탈당’ ‘新黨신당’ ‘다시 탈당’의 온갖 奇行기행을 연출해온 것이다. 한 마디로 3류 국민 欺瞞劇기만극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 당이 앞으로 지역 표를 의식해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정도다.

    김한길 공동창당준비위원장처럼 열린우리당을 나와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던 국회의원 20명은 다섯 달 사이에 탈당을 두 번하고, 신당을 세 개 만드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국민을 아예 바보 취급한 것이다. 남아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상당수도 곧 신당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당측도 세간의 시선이 걸렸는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 6자리의 절반을 시민단체측에 떼줬고, 11글자나 되는 긴 당명의 앞머리도 시민단체측 ‘미래창조연대’에 내줬다. 나라를 後退후퇴시켜 온 자신들의 지난 5년간 行跡행적을 지우려고 ‘미래’ 운운하는 간판을 빌려오기 위해서다.

    여권은 지금까지 신장 개업이 필요할 때마다 시민단체 사람들을 끌어들여 포장을 해왔다. 아직까지 끌어들일 시민단체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여당을 세탁하는 데 들러리를 서주고 앞으로 국회의원 지분 몇 자리를 답례품으로 받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를 국회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시민사회’를 내세운다. 정말 역겨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