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주민등록 등·초본은 물론 자신의 재산보유현황서 납세·체납실적서 등 신상자료를 공개했다. 불법 발급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주민등록초본이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됐다는 검찰수사가 발표된 지 사흘만이다.

    수세로 몰리던 박 전 대표 캠프가 신상명세 공개를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붙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현재의 '초본 불법발급' 논란이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 주장한다. 이 전 시장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밝히는 것이 본질이라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신상명세를 공개한 배경도 이런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캠프 차원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마침 전날 범여권의 대선주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주민등록 초본과 등본을 공개했다. 대선주자라면 이 정도는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개배경이었지만 초본유출로 반전을 꾀하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서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주민등록 등·초본 공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정동영 한명숙 두 범여권 대선주자의 신상자료 공개에 "정치공작 의혹에서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는 잔꾀정치, 저질코미디"라고 맹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의 비판이 범여권을 향했다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신상자료를 공개한 박 전 대표에까지 비난의 화살이 꽂힌 셈이 됐다.

    박 전 대표 캠프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는 국민에게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하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 검증받아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공개배경을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범여권과 손발을 맞춘 꼴이 됐고 당 지도부와도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범여권-박근혜 캠프 연대설' 공격에 펄쩍 뛰는 박 전 대표 캠프가 스스로 이런 공세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신상자료 공개가 "정정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는 부합했을지 모르지만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이 전 시장을 겨냥해 주민등록 등·초본을 공개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캠프까지 신상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결국 '이명박 때리기'로 밖에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당 고위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가 공개한 것은 이해하지만 박 전 대표까지 주민등록초본을 공개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전 대표 캠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 전 시장 측에선 "여권의 '지화자' 추임새에 박 전 대표 측이 '좋다'고 화답하는 식"이라고 비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