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손 전 지사측은 일절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정권재창출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냐”는 등의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범여권 역시 한나라당의 상황과 바슷하게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자중지란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16일 ‘광주정신을 잊은 적이 없다’는 손 전 지사의 전날 광주 발언을 상기시키며 “(한나라당에서) 단물을 빨아먹은 게 광주정신인가” “전두환, 노태우가 만든 당에 들어가는게 광주정신인가”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김원웅 의원도 이날 일부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본선에서 가장 취약한 후보가 손 전 지사”라며 “(범여권의)최악의 시나리오는 손학규”라고 원색적인 반감을 표했다.

    앞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한나라당 후보가 (상대하기) 가장 쉬운 상대가 손 전 지사”라면서 “한나라당에서 밀렸기 때문에 탈당한 후보로 돼 있어서 한나라당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뺑소니’라는 말까지 한다”고 손 전 지사를 겨냥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1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 같고 살아온 길이 다르다”며 손 전 지사의 정통성문제를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9일 부산을 방문, 손 전 지사에게 “여권의 정체성과 정서, 역사성을 공유하고 있느냐. 여당을 위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런 사람이 범여권 대선주자로 나서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거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같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연일 계속되는 비난에 손 전 지사측은 일절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한 표정이 역력한 모습이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차재원 공보실 부실장은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계속되는 비난과 관련, “굳이 일일이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범여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1위를 달리는 주자이므로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정체성, 한나라당 탈당 문제, 80년 때 현장 부재론 등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서로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는다면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우려감에서다.

    그는 또 “손 전 지사는 시대정신을 가진 유일한 후보고, 이미 검증된 인물”이라면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연일 쇄도하는 비난은) 여론 반향도 없고 국민들도 심드렁하다. 국민이 바라는 바를 직접 몸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캠프 일각에서는 연일 계속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도를 넘는’ 비난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만나 “손 전 지사를 숙주로 삼아서 한번 커보겠다는 건데, 이게 도대체 정권재창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범여권 상황을 언급하면서 “상판떼기(범여권내 상황)라도 좋아서 손 전 지사를 끌어내려서 불이 붙는다면(범여권의 전체 여론 지지율이 높아진다면) 기꺼이 ‘죽어주겠다’ 이거지만, 도대체 그것도 아니다”며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나라당을) 나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나오니까 이제와서 이게 뭐하는 것이냐. 같이 죽자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절 대응은 자제하고는 있지만 계속된 ‘손학규 때리기’에 손 전 지사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