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선주자간 신경전이 ‘처절’(?)하다. 고만고만한 지지율과 후보 난립탓이다. 이들은 초기 경쟁 구도에서 선두 그룹에 끼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군소후보로 취급돼 경선은커녕 경선 주자를 추려내는 컷오프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마디로 '초반부터 밀리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감이 이들을 감싸고 있는 셈이다.

    일단 각 후보 진영에선 3~4명선이 선두그룹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에서건 범여권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선두그룹에 포함시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주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이 일제히 손 전 지사를 겨냥해 ‘정통성’ ‘적자론’ 운운하며 집중 포화를 퍼붓으면서 서로간에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고작 한 자리수 초반대 지지율은 오차범위 등을 감안하면 ‘지지율 제로’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선두 그룹에 끼려면 ‘모두가 다 적’이라는 얘기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이 범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손 전 지사 캠프 합류에 ‘줄세우기 정치’ 운운하며 신경질적 반응을 내보인 것도 기저에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는 시선이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손 전 지사에게 갈 사람들은 빨리 가라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한나라당으로도 갈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 측근은 “단순히 손 전 지사가 지금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가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사람들한테는 기대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 전 의장측의 반응을 놓고 오히려 친노 주자 진영에서 “정 전 의장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친노 진영의 대선주자 캠프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지난 총선에서 자기 아는 사람으로 비례대표 채워넣은 사람이 누구냐. 또 행사장 가보면 정동영계 의원들 줄줄이 있고 한데, 그런 소릴 하느냐”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또 “정 전 의장은 어느 순간부터 노쇠한 정치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면서 “다음 총선에 전북 지역에 출마해도 당선된다고 낙관 못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와 더불어 친노 주자간에도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이해찬 전 총리는 여러 가지 잡음이 상당히 많았다”고 이 전 총리를 겨냥해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울 태세를 보였다. 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 전 총리가 검증된 것은 골프 실력 밖에 없다” “공직자는 처신 조심하고 국민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먀 연일 이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들 사이에 만들어진 전선(戰線)도 '공공의 적'(?) 손학규, 친노 진영 주자간 또 친노주자-정동영 전 의장 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