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유출’을 둘러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측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보고서 존재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박 후보 캠프의 유승민 의원에게 먼저 알려졌다고 밝혀지면서 양 후보측의 설전도 더 거칠어졌다.

    박 후보측은 유 의원이 논란의 보고서를 직접 받아보거나 미리 본 것이 아니라 존재여부만 알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이 후보측은 이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에 박 후보 캠프가 사실상 공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 후보의 정두언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존재여부만 알았다는 박 후보측의 주장을 “그걸 믿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사건 전모가 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제 윤곽이 다 나왔다”며 “이쯤 되면 떳떳하게 사과를 하고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이 맞지, 아직까지 이렇게 바득바득 우기는 건 보기 민망스럽다”고 박 후보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어 “유승민 의원이 의원직을 걸자고 난리를 피울 때부터 그러지 않았느냐”면서 “유승민 의원 이름도 얘기 안 했는데 본인이 막 그렇게 난리를 피웠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냈던 검찰 고소건에 대한 취소 논란과 관련해선 “소를 취하하기 전에 해야 될 일이 있다”면서 “(박 캠프의)유승민 이혜훈 의원하고 서청원 고문이 명예훼손을 한 것이다. 그 분들이 사과를 하든지 그 분들에게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박 후보측의 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시사프로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수사결과는 보고서를 변조 유포하는 과정에 박 캠프는 관련이 없고 경부운하 검토보고서는 유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번 건과 관련해 ‘박 후보가 몰랐겠느냐’ ‘유 의원이 의원직을 걸겠다고 했으니까 사퇴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일을 못하겠나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우선 “정두언 의원은 ‘박 캠프에 있는 모 의원이 보고서를 변조해서 언론에 넘겼다’고 했지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직이 걸자고 유 의원이 얘기했지만 사실 의원직을 내놔야 될 사람은 정 의원이라는 게 수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박 후보가 몰랐겠느냐고 하는데, (경부운하와 관련해) 수많은 학회가 수많은 심포지엄을 했다. 거기서 나온 보고서를 가지고 우리가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만든 보고서로 같은 당 식구를 비판하는, 적과 내통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사실무근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본인들이 책임을 지지않는데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야말로 국민을 홀려서 자기들이 책임을 벗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같은 당 식구를 검찰에다 넘기는, 정치사상 전례가 없는 일을 했다”면서 “다들 하는 이야기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 아니냐”고 했다. 이 의원은 ‘삼박자’에 대해 “첫번째 검찰에 고소하면 뭔가 억울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고 그 다음에 통상 검찰수사하고 또 여기서 법정 다툼의 결론이 나는 것은 몇 년씩 걸리다 보니까 경선은 물론 이제 대선 때까지 이 결론을 유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고 그 다음에 언론과 박 캠프가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서 반발을 하니까 이런 박 캠프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그런 효과도 있고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했다는 설들이 많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