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겨우 융자끼고 아파트 하나 마련했다”

    범여권 대선주자 중 한명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증에 자신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집 한 채 겨우 마련했는데, 아무리 헤집고 찾아봐도 재산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는 표현인 셈이다.

    최근 줄줄이 대선출마선언을 하고 나선 범여권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히 자신의 ‘청빈(淸貧)함’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증엔 자신있느냐’고 묻자 “부동산을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라며 “이제 겨우 융자끼고 아파트 하나 마련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대선출마선언을 한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은 첫 말문부터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독재정권 대통령의 딸도 아니고, 대기업의 이권과 정보를 이용해 수천억의 재산을 축적한 사업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이장 출신임을 내세우면서 “나는 시골에서 자랐고 시골 군수를 지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을 겨냥해 “투기꾼이 대놓고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정직하게 산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천정배 의원도 출마선언문을 통해 “나는 농사짓고 갯벌에서 굴을 따던 농민의 자식”이라면서 “내가 서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히 ‘서민’ ‘평범한 월급쟁이’ ‘이장 출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낸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재산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듯한 모습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범여권 내 입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검증의 화살이 유독 이 전 시장에게만 집중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전 시장이)일을 제일 많이 했으니까…(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가만히 있은 사람은 허물도 없다. 이 시대에 허물없이 조용한 사람은 그동안 일을 안했거나 본래 쪼다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고 주장했었다. 

    범여권의 한 당직자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도 모자랄 판인 후보들이 서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니…”라면서 “사회인 야구에서 뛰는 사람도 메이저리그에 껴달라고 하는 판인데…”라며 혀를 찼다. 그는 ‘마이너리그 실력도 안 되는 인물들이 내세울게 그것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