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자기가 밀은 후보가 낙선한 뒤 당선 된 후보의 얼굴 보기가 민망해 중앙당사에 못 오는 참모들 허다하게 봤다. 불편해서 못 있겠다며 결국 탈당했고 그렇게 정치생명도 끝났다."

    한나라당 박관용 대선후보 선거관리위원장은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검증'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을 향한 경고다. 

    이날 '대선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소속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에게 특강을 한 박 위원장은 최근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주자 진영의 과열경쟁에 맹비난을 쏟았다. 박 위원장은 두 대선주자의 참모진을 향해 "검증이란 과정을 구실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없는 사실을 떠들고 인신공격하는 행위는 네거티브"라며 "기자를 상대로 떠드는 것은 검증이 아니다. 앞으로 검증위를 거치지 않고 밖에서 일방적으로 떠들면 이적행위고 자해행위며 해당행위로 보고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네거티브 위원회에 들어오는 자료를 보면 과연 같은 정당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개탄한 뒤 "각 후보에 줄을 섰던 참모들은 승리 지상주의에 빠지면 안된다. 계파는 짧고 당은 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만 하면 안된다. (후보 지원에 대한)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위원장은 "내가 전당대회를 수없이 경험했고 대통령 선거만 5번을 경험했다"고 말한 뒤 대통령 후보 당 경선 당시의 경험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며 캠프 참모진들의 언행을 경고했다.

    "열심히 자기가 밀은 후보가 낙선을 한 뒤 당선 된 후보의 얼굴 보기가 민망해 중앙당에 못 오는 모습을 허다하게 봤다. 이회창 후보가 될 때 경선에 9룡이 나왔다. 그 중 어느 한 후보를 미는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이 공공연한 장소에서 '이회창은 관상이 이상해 안된다'고 이상한 소리를 많이 했다. 당시 사무총장을 하던 나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고 그 분들이 나를 찾아왔고 (그 분들은)'내가 이 당에 있기 대단히 거북스럽다.' '날 공천해 주겠느냐' '화해가 되겠느냐'며 '당에 못 있겠다. 탈당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탈당하지 말라.'고 했고 '그렇게 하면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했더니 그 분들도 '탈당하면 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것 안다. 그런데 불편해서 못 있겠다'며 탈당했고 이후 정치생명은 끝났다."

    이 같이 소개한 뒤 박 위원장은 "선거가 끝난 후에 참모들이 어떤 모습으로 중앙당에서 대선을 치를 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거듭 충고했다. 그러면서 '공천'문제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나도 (국회의원을)6번 했지만 의원이 생각하는 것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또 당선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며 "시대가 변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당에 간섭하지 못한다. 내가 6번 공천을 받았지만 타 후보를 밀었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당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부산을 비롯, 대전 서울 등 지역을 갔다왔다. (지역주민들의)솔직한 얘기를 소개하겠다. 조작된 얘기가 아니다"면서 다음과 같은 지역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나라당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한나라당 싸우는 꼬라지 보니 대선승리 끝났다." "꼴 보기 싫어 안 찍겠다." "(박근혜·이명박)서로 원수가 된 것 같다." "정권교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

    이렇게 지역민들의 반응을 소개한 뒤 박 위원장은 "국민들이 한나라당 경선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곧 실망으로 변할 것이라 짐작한다. 국민들이 우리(한나라)당을 떠날 것이란 우려를 난 갖고있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지지율 1,2위가 한 정당에 있는 것이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