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범여권 대선주자는 물론, 현역 의원 70여명 등 500여명이 몰려들었다. 임채정 국회의장,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중도통합민주당 대표도 보였다. 이내 이날 행사의 주인공 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이 부인 인재근씨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섰다.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전 의장은 “대선불출마 선언한 지 일주일인가 뒤에 출판기념회를 하겠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나를 격려하고 함께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의 ‘일요일에 쓰는 편지’ 출판기념회장은 참석 인원 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우상호 의원도 “출판기념회의 ’판‘자만 ’마‘자로 고쳤으면 했는데…, 한 글자 차이”라고 진반농반의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석자 모두 지리멸렬한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에 돌파구를 마련한 김 전 의장의 결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축사에 나선 임채정 국회의장은 “가슴 한 쪽이 조금은 허전하다”면서 한참동안 목이 메이는 듯 말문을 잇지 못했다. 정세균 열린당 의장도 “대통합이 성공하면 일등 수훈은 바로 김 전 의장이 받아야 한다”며 ‘김근태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축사에 나선 인사들부터는 ‘김근태 정신’에 대한 의미가 다소 달라졌다. 정동영 전 의장은 “나는 소나무를 좋아한다. 김 전 의장은 소나무 같은 분”이라면서 “사시사철 푸른 모습을 보면서 김 전 의장이 못다 한 꿈을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형님·선배 (호칭이)왔다갔다 하는데 사석에선 보통 형님이라고 부른다”며 “(김 전 의장이) 출마를 접으면서 통합 논의의 기둥을 만들었는데, 따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기남 전 의장은 “김 전 의장을 대부로 모셔왔다. 항상 이 땅의 진보개혁세력의 지도자로 김 선배를 모시고 있다”면서 “선배님의 뜻을 이어보겠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30년 전부터 (김 전 의장을)짝사랑 해 왔다”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근태 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대통합을 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지방일정상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언제나 김근태가 친구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암울했던 독재정권 시절 도망다니던 내 집을 찾아서 아내 약국 문을 닫아주던 김근태. 김근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표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손 전 지사는 “‘김근태 정신’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국민들을 잘살게 하고 한반도를 평화로 통일로 길로 이끌 것”이라면서 “국민대통합의 길목에 김근태가 든든하게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축사에 이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정동영 전 의장, 손학규 전 지사,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천정배 김혁규 의원 등 6인은 4일 오전 김 전 의장 초청으로 범여권 대선예비주자 연석회의를 갖는다. 벌써부터 범여권의 경선의 룰과 대통합 방식 등을 놓고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과연 '김근태 정신'이 제대로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