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 추진 작업과 더불어 범여권이 또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이른바 군소후보 난립문제.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원웅 의원에 이어 28일에는 신기남·김혁규 의원이 각각 올 연말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 외에도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범여권 대선주자만 10여명을 넘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5% 미만의 한 자리수 지지율을 보이거나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공히 현재의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며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구상중인 실무파트에선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당장 군소후보 난립으로 효과적인 경선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돼 예비경선제 등 1차 커트라인 설정 문제 등이 신중하게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의 국민경선추진을 위한 물밑 행보를 하고 있는 이목희 의원(국민경선추진협의회 공동대표)은 최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범여권 내 대선주자군이)10명이 훨씬 넘고 있는데 한꺼번에 경선할 수는 없다”며 “예비경선을 도입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 경선에 참여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되는 분들의 경우에는 본인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도 옳지 않을까 싶다”면서 범여권내 군소 후보 난립문제에 우려감을 내보였었다. 이 의원은 예비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예비후보들간에 합의 한 룰로 해야 될 것”이라면서도 “여러가지 (방식이)있겠다. 어쨌든 15명을 놓고 TV토론을 하거나 국민경선유세를 할 수가 없지 않느냐”며 고육책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범여권에선 예비경선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예비경선 방식에 대한 언급들이 솔솔 나온다. 하루 빨리 범여권 후보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상의 일정 등을 감안해 몇몇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상위 몇 명으로 추리는 등의 사전 커트라인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예비후보측의 반발이 예상되며, 예비경선 룰을 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범여권 모든 정파가 함께 참여하는 대통합을 통한 국민경선 성사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무턱대고 예비경선 운운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예비경선 문제가 대통합의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하면 큰 틀의 대통합 방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 인사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날 신기남․김혁규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식에 참석한 한 의원은 “후보가 너무 많아 걱정”이라면서 고민이 역력한 모습을 내보였다. 범여권 일부 관계자들도 “앞으로도 대선출마선언식이 많을텐데…”라며 “사실 1000명을 대상으로 지지율 조사를 하면 3~4명 지지한다고 나오는데, 출마를 한다고 하니 어쩔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신․김 의원의 대선 출마선언식은 국회의원 회관 1층 복도를 사이에 두고 한 시간 간격으로 대회의실과 소회의실에서 각각 열렸다. 범여권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장소만 이동해 그대로 참석했다. 각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어느 후보의 대선출마선언식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신 의원은 ‘다음 정부는 복지정부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신 의원은 “복지문화 대통령이 돼 미래가 보장되는 나라, 창의적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는 사명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새로운 진보개혁노선으로 한나라당같은 성장개발주의에 집착하는 수구보수노선에 맞서 한판의 치열한 가치싸움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국민 모두의 꿈을 이루겠다”며 ‘해피코리아(Happy Korea)'슬로건과 함께 김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식이 열렸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들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훌륭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고 대선 출마의지를 다졌다. 신·김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식에는 정세균 열린당 의장을 비롯해서 장영달 원내대표, 김근태 의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범여권 의원 50여명, 그리고 지지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