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범여권의 대통합을 위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내가 앞장서서 설치는 게 모양이 좋겠느냐”(손학규)

    #장면 2.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설정은?”
    “노 정부의 공과를 ‘안고가겠다’, ‘지고가겠다’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다”(손학규)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이벤트홀에서 열린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기자간담회는 손 전 지사의 현재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통합 논의에 정식 참여하겠다”며 범여권 합류를 공식 선언했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위치는 ‘어정쩡한’ 모습이다. 단순히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것 뿐,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뭘 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비치지 않았다. 범여권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선주자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사실조차 불분명한 모습이다.

    범여권 안팎에선 손 전 지사에 대해 “범여권 대선주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이른바 ‘같기도 손학규’라는 말이 나온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에 정식으로 참여하겠다”며 범여권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 “지지부진한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가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가중시켰다”며 “외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손 전 지사는 “더 이상 소소한 이해관계나 세세한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대통합의 바다에 나 자신을 던지기로 했다”며 “어떤 난관이 기다리더라도 뚜벅뚜벅 앞만 보고 가겠다.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어떤 어려움도 피하지 않겠다” “결코 머뭇거리거나 계산하지 않겠다” “욕을 먹더라도 내가 먹고, 진흙탕에 뛰어들더라고 내가 먼저 뛰어들어 그 결실을 국민에 드리겠다”는 등 의지를 다지며 범여권에 합류하는 ‘비장한’ 각오를 내보였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던 기자의 입에선 “범여권에 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또 다시 뒷짐지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이 나올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말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손 전 지사는 즉각 “내가 앞장서서 설치는 것이 모양이 좋겠느냐”며 “지금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정말 꼴볼견”이라고 답했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의 대통합이라는 현실적 과제 속에서 손학규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랄까 아쉬움이랄까 그런 것이 있는 현실”이라면서 “범여권 대통합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뒷짐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가 범여권 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또 ‘범여권 대선주자로 나선다면 참여정부 공과도 안고가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노 정부나 여권에 대해서 ‘나 몰라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정부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으로 노 정부의 공과를 어떻게 ‘안고 가겠다’ ‘지고 가겠다’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라고 했다.

    손 전 지사는 또 “범여권 국민경선에 참여할 것이냐 아니냐, 배제냐 통합이냐 중 어느쪽에 설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 내 입장에서 따질 일이 아니다”면서 “김근태 전 의장의 대통합에 대한 비전과 신념을 믿고 존중해서 같이 동참하고 지지하겠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범여권 대통합 논의 방식에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조합하는 형식도 있을 수 있다”면서 “어떤 것이 옳다고 고집하고 명분만을 앞세우면 통합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대통합)방향이나 방안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전날 손 전 지사 지지선언을 했던 안영근 신학용 정봉주 한광원 김동철 의원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