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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가 정면충돌했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통일·외교·안보 분야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토론시간이 몇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부딪쳤다. 두 사람 모두 최근 '후보검증'으로 쌓인 앙금을 여과없이 표출했고 두 후보 모두 질문과 답변, 목소리와 표정 등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불편함 감정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포문을 연 것은 박 후보였다. 고진화 후보가 박 후보에게 "지금 세간에 김노박(김정일 노무현 박근혜)이 '이명박 죽이기' 작전을 한다고 해 한나라당이 난리법석이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자 박 후보는 곧바로 화를 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박 후보는 이날 목소리 톤을 높여 강하게 반박했다. 박 후보는 "김노박, 이런 것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런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아무 근거도 없이 무조건 말을 하고 공격을 하고 보는 것은 어려운 처지를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돌파하기 위해 네거티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당 후보끼리 이런 네거티브를 해선 안된다. 비판을 할 때는 실체가 있는 것을 갖고 해야지 지어내서 얘기하면 얼마나 선거가 혼탁해지겠느냐"며 "경선다운 경선을 치러 정당문화를 한단계 높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런 네거티브는 안된다"고 이 후보에게 불만을 거듭 표출했다.
그러자 이 후보가 박 후보의 최근 언론 인터뷰 당시 발언을 꺼내 공격했다. 이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을 박 후보에게 할애했다. 이 후보는 "며칠 전 박 후보의 인터뷰를 봤다. 요지는 이명박에 대한 국가관에 대해 의구심을 얘기했다. 몇차례 인터뷰를 통해 말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13일 박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이명박 후보는 1% 이상 불안합니까'라는 질문에 "내가 당 대표 할 때 엄동설한에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하며 우리가 힘들어 할 때 그 분의 발언을 보면 우리와 추구하는 게 좀 다르더군요. '쓸데없이, 철 지난 이념싸움은 왜 하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셨죠"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난 대한민국에 살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국가보안법의 한두 조항에 문제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유지하는게 맞다"면서 "그 문제는 노무현 정권을 향해 하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사립학교법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반박한 뒤 자신의 '철 지난 이념싸움은 왜 하느냐'는 발언에 대해 "이미 실패한 사회주의 좌파이념을 갖고 사회를 분열시켜 나라를 소모시키지 말고 미래로 나가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무엇을 질문한 것이냐"고 반문했고 박 후보 지지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에 이 후보는 "박 후보는 내 국가관을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따졌다. 질문을 받은 박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해 나와 국가관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한 이유는 서울시장 재임시절 내가 당 대표로 있었고 국가정체성 논란이 상당히 있었다. 노 대통령 때문에 국보법 사학법 개정 문제로,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만들려는 시도도 다반사였다"면서 "그럴 때 그 문제에 대해 이 후보가 '지금 정치권의 정체성 논란은 이해할 수 없다. 나라 정체성이 무너진다고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한다. 정체성 승부 끝났는데 왈가왈부한다'했다"면서 이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발언을 꼬집었다.
박 후보는 "(그런데 이 후보가)작년부터 말이 달라져 작년에는 '국가정체성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왜 작년 재작년에 입장이 180도 바뀌었느냐. 이유가 궁금하다"고 되받쳤다. 박 후보에게 질문을 되받은 이 후보는 먼저 "흐흐흐" 웃고 "박 후보가 내 국가관에 대해, 정체성에 대해 해마다 달라졌다고 하는 것은 점잖게 말해서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나는 서울시장 때나 그 이후에나 한결같다"고 말했다. 또 "내가 좀 고차원적으로 말해서 이해하기 힘들지 몰라도…"라면서 박 후보의 비판을 비꼬았다. 이 후보는 "국가정체성은 6.25 전쟁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싸움에서 이미 판결났다. 때문에 내 정체성은 전혀 변함없고 그걸 갖고 박 후보와 내가 논쟁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대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