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대권레이스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17일 독자신당의 모태로 평가되는 ‘선진평화연대’를 띄웠으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8일 열린당을 탈당했다. 친노(親盧)진영을 대표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9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성급하지만 범여권 대선후보 경쟁구도를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3자 대결로 점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범여권 일각에선 나온다. 이들의 대권플랜은 일단 범여권의 통합 논의 작업 진행과 맞물려 있는 양상이다. 통합 논의 진행의 방향에 따라 이들 주자들의 부침(浮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범여권내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손 전 지사의 경우 아직까진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에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냥 범여권의 통합 논의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나라당  탈당’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는 만큼, 범여권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발을 담궈야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통합의 윤곽도 없는 상황에서 자칫 무턱대로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들어설 경우, 대통합이란 대의에 휘말려 주도권을 잃고 ‘불쏘시개’로 전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18일 열린당을 탈당한 정 전 의장은 좀더 셈법이 복잡하다. 일단 범여권내 판이 만들어져야 대선주자로서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데, 판 자체가 여의치 않고 게다가 대통합 논의 전면에 나서기에도 수월치않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완충역할을 했던 김근태 전 의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합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꽉 막힌 상황인데, 비노진영의 대표주자로 부각되는 손 전 지사와, 친노그룹을 대표하는 이 전 총리 사이에서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인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은 19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백의종군, 2선대기론이 제기되는 등 정 전 의장이 위치가 애매해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판단과 선택은 국민의 몫”이라면서 “저는 저의 몫을 다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몫이라는 것은 어쨌든 지리멸렬해 있는 대통합전선에서 뭔가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민의 선택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자신의 대선출마 선언 여부와 관련해서도 “지난 10년 동안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공과가 있다. 공과를 모두 떠안겠다”면서 “공은 공대로 확실하게 계승해서 더 발전시키킬 것이고 과는 확실하게 청산하고 또 혁신해서 지난 10년의 주춧돌 위에서 새로운 10년을 꽃피울 때 대한민국의 진정으로 새로워진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 전 의장은 그러나 “6월안에 뭔가 물꼬가 터지고 그리고 7월 달에 어떤 틀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야구에 콜드게임이라는 게 있다. 그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해 6월 중으로 대선출마선언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합당 일정을 재차 연기하면서 ‘중도개혁대통합 협상회의’를 제안한 것이 향후 정 전 의장에게 어떻게 작용할지가 당장의 관심이다. 이와 관련, 범여권의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통합신당 대표가 지난 주말 탈당파 의원들의 합류를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박․김 대표에게 개별적으로 이렇게 접촉하지 말고, 정 전 의장을 직접 만나라, 정 전 의장이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당을 포함하는 대통합 방식이 범여권 내 이견으로,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통합 논의의 방향이 열린당을 제외한 채 논의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탈당파 의원들로 이뤄진 대통합추진모임 내부에서도 18일 오후 내부회의에서 ‘열린당 배제’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이견이 노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19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이 전 총리의 경우엔 친노진영을 대표하는 주자로 인식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질서있는 당 지도부의 대통합에 공감대를 갖고 대통합신당 참여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범여권내 통합 논의에서 ‘친노배제’가 전제될 경우, 당에 남을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당에 남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의중과 맞물려 막판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후보단일화에서 이 전 총리 카드가 빛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