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연이은 정치적 발언에 한나라당이 11일 "대선판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이 각각 노 대통령의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공직선거법 9조 조항의 벌칙조항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바로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나아가서 대선판을 흔들고, 대선판 자체를 무력화키시겠다는 의도마저 숨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를 또 다시 후퇴시키는 장본인이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 전직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안타깝고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직 대결과 분열을 선동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본분을 벗어난 일탈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12월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집권연장을 하기 위해서 술수를 부리려고 하고 있지만 국민은 결코 속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판을 흔들어서 무능좌파정권을 연장하려는 음모적 일탈행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분열주의 선동정치시대로 회귀하고, 지역주의를 비장의 무기로 삼고자 하는 전략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강변한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위반한 선거중립 의무 조항은 14년전에 관권선거를 막기 위해 여야합의로 마련된 조항이다. 이후 선거법이 22차례 개정될 때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던 대통령 선거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명품규정'"이라면서 "지난 14년에는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있었던 기간도 있었는데, 노 대통령 역시 입법기관으로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지했다. 이제와서 딴소리를 해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오히려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을 위반시의 (벌칙)조항을 신설할 것"이라며 "대통령 퇴임 후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범력, 강제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품규정'에 따라서 선관위와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제지해왔다"며 "현재 대통령이 불과 대선을 6개월 앞두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의 원광대 발언, 6·10 항쟁 기념사에서 한 말로 인해서 국정혼란이 심해지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직무파업을 선언하고, 유사종교집단과도 같은 친노정치세력을 상대로 법치파괴, 초헌법혁명을 선동하고 있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그는 "후안무치하고 안하무인의 태도가 극한에 달하고 있다"며 "대통령 취임 때 했던 헌법수호 선언은 '그놈의 헌법'과 함께 파기맹세를 작심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을 극도로 남용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이성을 되찾아서 민생경제 살리기, 북핵제거를 위한 국제공조 등 집요한 노력, 대선공정관리를 통한 국민통합 등 국정챙기기에 몰두하라고 촉구해왔지만, 이제 노 대통령 스스로 반성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개탄했다. 또 "정책위에서는 김 원내대표 말대로 선거법 9조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을 두는 법안을 준비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화체제가 들어선지 20년이 됐는데,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나라 형편이 어떻게 되는가를 노 대통령의 6·10항쟁 기념사를 들으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며 "민주화가 되고 난 지금도 권력이 있는 곳에는 곳곳에 부정과 부패가 그대로 남아있고, 노 대통령 자신이 선거법과 헌법이 안중에 없는 그런 언행을 매일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6월 항쟁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민주화가 됐다고 해서 나라가 다 잘되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을 노 대통령 체제에서 톡톡히 경험할 수 있었다"고 비꼬았다.

    한편, 박 전략기획본부장은 15일 30~40명으로 예정돼 있는 범여권의 집단탈당 사태를 '뺑소니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니 재야대통령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이 헷갈린다"면서 "또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 범여권의 집단탈당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정치를 구현할 정당에서 탈당사태라는 것은 대단히 반민주적"이라며 "범여권의 집단탈당은 한마디로 '뺑소니 정치'다. 사고를 치고, '난 그 책임에서 무관하다'고 뺑소니 치는 '뺑소니 정치'는 정말 막아야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