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난 조기숙씨가 6일 "노 대통령이 먹잇감을 던져준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조씨는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출연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아 선거관리 위원회에 고발한 한나라당을 "염치없는 사람들"이라고 힐난했다.
참평포럼 특강에 참석했던 조씨는 노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대통령 정치발언 자유'를 공론화시킨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언론과 야당에) 하도 당하다 보니까 또 먹잇거리를 던져주는구나 이런 느낌을 가졌다"며 "들으면서 이 발언이 화제가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좀 작심을 하고,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한 말씀 아니냐'는 질문에 조씨는 "우리도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을 '중립의무 위반'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과 관련, 조씨는 "한마디로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직 선거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은, 투개표에 개입한다든지,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대통령의 자유로운 정치적인 의사 발언까지 제한하는 것 아니다"고 주장했다. …
조씨는 언론과 국민을 '선진 민주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 민주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언론을 장악하고 있고 영향력이 세니까 그게(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노 대통령이나 내가 볼 때는 이건 선진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논란이 일더라도 이렇게 정면으로 한 번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노 대통령도 그런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조씨는 국민을 '선진 민주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가, 다시 '판단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가 "그(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이 다른 쪽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씨는 발끈하며 "그건 정말 국민을 무시하는, 국민을 모독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조씨는 "국민이 판단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만약에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세다면 지지도를 70% 올려야 정상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상대 후보에 대해서 비방하는 건 좀 섣불리 행동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조씨는 "우리 헌법에 '대통령은 샌드백이다' 이렇게 써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차기후보들이 노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차기후보들이 선거운동에 노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한다"며 "후보들이 노 대통령 욕은 먼저 할 만큼 실컷 하고, 거기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반론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게 이게 민주국가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가 '헌법소원까지 불사한다'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과 관련, 조씨는 야당과 언론이 선관위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도 똑같이 압박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선관위는 지난번 탄핵때도 여론에 떠밀려서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며 "지금 선관위가 야당과 언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야당과 언론, 그리고 일부 지식인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도 이런 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는 이렇게 양쪽에 팽팽한 시각이 있을 때 독자적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이지, 지난번처럼 적당히 여론에 떠밀려서 그렇게 판결을 하면 곤란하다"며 "청와대는 압박을 했다기보다 균형 있게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참평포럼의 성격에 대해 조씨는 사회자를 '가르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가 "참평포럼이 평가포럼 이상의 정치세력 느낌, 사조직, 친노세력을 결집한 조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하자 조씨는 "사회자는 사조직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사회자가 "개인적인 조직"이라고 답변하자 조씨는 "사조직의 핵심은, 그 조직 운영비를 개인이 대는 것이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는 "모든 평가와 진단의 기본은 자체 진단, 자체 평가에서 시작을 한다"면서 "참평포럼도 민주국가에서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참평포럼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하고, 박 전 대표가 "독재자의 딸에게 왜 대연정을 제의했느냐"고 반박한 것에 대해 조씨는 "그건 전혀 다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조씨는 "(대연정 제의는) 박 전 대표 개인에게 했다기보다는 한나라당이라는 제1 야당에게 제안을 한 것"이라면서 "본인이 선거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 하면서 선거를 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연좌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