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일 사설 '열린우리당 거울에 비친 노 대통령 얼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때 지도부 한 사람이 들고 온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의견’이란 문건 내용이 공개됐다. 문건은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부처 브리핑룸을 없애는 것으로 새로운 싸움거리를 만들어서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문건은 또 노 대통령이 언론과의 싸움판을 크게 키워 레임덕을 방지하고 친노 세력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소동은 노 대통령이 “몇몇 기자들이 기자실에서 죽치면서 기사를 담합한다”고 비방하면서 표면화됐다. 그게 말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노 대통령은 하루 만에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었다.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동도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언론 취재 통제 조치를 그대로 발표했다. 여기에 대한 반대가 커지자 아예 송고실도 없애 사실상 기자들을 거리로 내쫓겠다는 쪽으로 판을 더 키웠다. 다음 날 금융감독위는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기자들을 내쫓았고 금융감독원도 뒤따랐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조차 대통령이 왜 이러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 문건이다.

    대통령은 지난 4년 내내 싸움판을 벌여서 구경꾼들을 불러모아 무대 위 조명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 왔다. 그 싸움판에서 편이 갈라지면 국정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는 묻히고 그저 내 편, 네 편만 남는다는 이 정권의 계산 방식도 지겹게 보았다. 노 대통령이 임기 중반에 벌써 ‘식물대통령’을 걱정하고 레임덕 공포증에 걸린 것처럼 과민 반응을 보여온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이제 노 대통령의 행태는 ‘심정적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 간부의 눈에까지 언론을 때려서라도 권력 누수를 막아보려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언론단체는 “늘 이슈메이커가 되려고 하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다음 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서 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나쁜 뉴스라도 일단 쓸 수밖에 없는 언론의 생리를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취임 초의 ‘평검사와의 토론’ 같은 것을 지금 언론과도 해보자고 나서는 것도 이런 계산을 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 판단은 대통령이 이 싸움판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대통령과 싸울 힘도 없고 그럴 뜻도 없다. 대통령은 국민은 둘째 치고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열린우리당에조차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 그것부터 한번 들여다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