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가 나한테 '셰이크 모하마드가 피곤해서 청계천을 못간다'고 통보했는데…"

    최근 방한한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 부통령 겸 총리이자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과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회동'이 이뤄지지못한 까닭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이 전 시장은 '정부의 방해'를 암시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 방한, 약 30시간동안 서울에 머물었던 모하마드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주요 경제단체장과의 만남이외 '모든 만사를 제쳐두고' 찾은 곳은 바로 청계천이었다. 모하마드 총리는 당일 만찬시간을 30여분 줄이면서, 늦은 시각까지 승마복 차림으로 청계천 전구간을 둘러본 뒤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모하마드 총리는 21일 새벽 입국을 희망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과 오전 청계천을 함께 둘러보기 위했다는 것이 이 전 시장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의전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결국 모하마드 총리는 이날 늦은 시각 한국을 찾게됐다. 이 전 시장은 당일에도 "무려 12시간이나 날려버린 셈이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방한 전인 18일 이 전 시장측과 모하마드 총리측 관계자들이 만나 청계천 사전 답사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

    여기에 이 전 시장은 정부가 모하마드 총리의 청계천 방문 일정까지 숨기며 자신과의 만남을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더했다.

    이 전 시장은 25일 대구 계명대 특강도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왕이 한국에 왔다. 이틀전에 (모하마드측이) 선발대를 보내서 우리팀과 청계천을 전부 답사했는데, 막상 우리 정부가 나한테 통보한 것은 그 왕이 피곤해서 청계천에 못 간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나에게는 정부가 안간다고 통보했는데 그 사람은 청계천 전 코스를 다 돌아봤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아마 속으로 '이명박 이 사람은 약속해 놓고 왜 안나타나나' 했을 것이지만, (나는) 나타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피곤하다는 사람이 식사시간도 앞당기면서 청계천을 1시간 반 가량 둘러봤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 전 시장측 핵심관계자 역시 "모하마드 총리 같은 경우는 앞으로 몇십년간 중동의 유력인물으로 활동할텐데"라며 '정치적 이유'로 무산된 것이 경제적 손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표했다.

    사실 모하마드 총리의 방한일정은 정부공식발표보다 이 전 시장을 통해 먼저 알려졌었다. 지난 4월 두바이 정책탐사에서 모하마드 총리를 만나고 난 뒤 이 전 시장은 "다음달 청계천을 보러 한국에 오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고 말했다. '두바이의 기적'을 이끈 모하마드 총리와 '청계천 신화' 이 전 시장은 면담에서 서로 'Crazy(무하마드 총리)' 'Stupid(이 전 시장)'한 사람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모하마드 총리는 이 전 시장을 'Green Man'이라고 맞으며 청계천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