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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대담에서 "1가구 1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65세 이상 되는 사람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의) 1%도 안 된다"면서 "어떤 대통령 후보가 양도소득세.종부세를 깎아 준다고 공약하면 그 사람은 1% 대통령, 많아야 4%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1가구 1주택자와 장기 보유자, 은퇴자에 대해 세금 경감이 필요하다고 밝힌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은 특정 후보에 대한 부당한 견제라는 점을 제쳐 놓더라도, 대통령의 '편 가르기'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세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주장은 종합부동산세가 결국 '형편이 넉넉한 4%'의 국민을 겨냥한 징벌적인 세금 폭탄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국민을 넉넉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가르고, 소수의 넉넉한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리 세금을 물려도 괜찮다고 나머지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은연중 고소득 계층은 부도덕하다는 전제를 깔고, 이들을 세금으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게 어디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말인가.
세금을 하찮게 생각하는 대통령의 인식 또한 심각하다. 부동산 투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65세 이상의 1가구 1주택자가 막상 거액의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들었을 때 느끼는 낭패감과 부담감은 대통령에게 아무런 문제도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도 엄연한 우리나라 국민이고, 이들이 내는 세금은 평생을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나온다. 숫자가 적다고 함부로 세금을 거둬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종합부동산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단기적으로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와 고령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부세 개편이 이명박 후보만의 주장이 아니란 얘기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옹호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음 정권에서 그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것까지 막을 권리는 없다.





